아기 언제 나와요?

21주. 이제 제법 배 나온 것을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몇주 전까지는 아예 티가 안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누군가 홀연히 "아기 언제 나와요?"라고 물었을 때는 흠칫했다. 놀라기보단 신기해서.

아침 출근 버스를 서두르게 타는 날이면 늘 만나는 지적장애인이 있다. 나이는 이제 스물이 됐을까. 아니면 훌쩍 넘었을까. 기사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다 다른 기사님 일정을 확인하는 친구.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았다가 세 정거장 쯤 후에 내리는데, 어느 날 뒷문과 마주한 좌석에 앉은 내게 성큼 와선 "아기 언제 나와요?"라고 묻는 것이다.

"10월이요"라고 말해주곤 처음 그 아이의 얼굴을 봤다. 맑은 눈이었다. 그 날 이후로 태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