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넘게 계속되던 구토가 멈추고, 어느덧 배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제철 아닌 수박 같은 모양의 배를 틈날 때면 쓰다듬는 게 습관이 됐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배 안에 생명체가 있다는 게, 그것도 오빠와 나를 닮아 몇달 후면 세상에 나올 것이라는 게 신기하다. 생소한 감정이다.
어쩌면 임신 자체가 거대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한 가운데서 문득 문득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요즘처럼 시간을 호령하고 사는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생각을 흘려 보내지 않고 붙잡아야 겠다는 결심을 때때로 한다. 물론 생각처럼 쉽게 되진 않는 일이다. 그러니 적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