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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Jun 30. 2016

걸으면서 배우는 인생

걷다가 다다른 곳은 늘 감동. 2013년 태국 크라비.

2004년 일본(고베, 교토, 오사카), 한국(부산)

2005년 터키(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태국(푸켓)

2006년 일본(도쿄)

2007년 영국(런던), 프랑스(파리), 헝가리(부다페스트, 세게드), 세르비아(베오그라드), 보스니아(사라예보), 몬테네그로(코토르), 크로아티아(자그레브, 두브로브니크)

2008년 중국(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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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부산)

2011년 중국(상하이), 미국(얼바인), 한국(대구)

2012년 아프리카(모리셔스), 미국(LA), 중국(천진), 싱가포르, 한국(제주)

2013년 일본(우레시노, 나가사키, 하카타), 태국(방콕, 크라비), 미국(워싱턴 D.C.), 한국(영월)

2014년 미국(하와이), 필리핀(세부), 한국(전주)

2015년 일본(교토), 대만(타이베이), 독일(베를린), 폴란드(크라쿠프), 한국(경주, 하동, 강릉)
2016년 한국(전주,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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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로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나다녔다. 혼자 처음 여행을 했던 것은 대학 입시에 실패한 스무살 겨울이었다. 그 이후부터 돌아다닌 곳을 적어 보니 이렇다. 매년 1개국 이상은 꼭 다녔다.

2009년은 공백이다. 우습지만, 나의 20대 때 가장 어두웠던 시기다. 2009년은 2년 가까이 준비하던 독일 유학을 접어야만 했고,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벌어야 했다. 2010년 내빼듯 학교를 졸업한 뒤, 외주 프로덕션에서 6개월 넘게 구르다가 작은 신문사에 취업했다.

원하지 않게 취업 전선에 뛰어 들어 생각보다 일찍(?) 돈을 벌게 됐지만, 첫 직장은 내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IT전문지였고, 당시 불던 제2의 벤처붐과 아이폰 열풍으로 인해 취재 환경이 좋았다. IT기업은 자랑할 거리와 돈이 넘쳤고, 내겐 출장 기회가 잦았다.

여행을 하면서, 혹은 출장을 다니면서 그 나라 도시의 전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급적 많이 걸으면서 열심히 보고 느꼈다. 책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배운 것도 많지만, 도시와 거리, 골목들이 나의 인생관 대부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 걷는 것은 매 순간 선택이었고, 그 선택을 통해 매번 생각할 기회를 얻었으니까.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우연성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걸으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는 거리가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자기주도적인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우연성이 넘친다는 것은 우리가 도시에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리가 더 많을 수록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자라면서도 선생님인 부모님 덕에 방학마다 참 많은 곳을 다녔다. 대부분 유홍준씨의 <문화유사답사기>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어릴 땐 방학이 끝나고 만난 친구들이 스키장이며 놀이공원 무용담을 내세우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건만. 지금은 의미도 멋도 모르고 수없이 가봤던 사찰, 산과 들의 풍광들이 내 정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젊은 아빠 엄마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남편과 태어날 딸과도 앞으로 많은 여행을 하고 싶다. 가급적 함께 부지런히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모든 부모 자식과 같이 한쪽의 기울기가 결코 뒤집어질 수 없는 일방의 관계가 되겠지만, 최소한 서로가 자라나는 인생이길 바란다. 특히 내가 아이에 대해 과신하지 않고, 아이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으면.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우리 모두의 변화를 섣불리 장담하지 않고 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가기를. 늘 내일보다 오늘 행복한 삶이고자 노력하기를 미리 다짐해본다.

늘 아이를 곁에 두고 살아온 부모는 “내 아이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확신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부모에게 아이는 작든 크든 늘 “잘 키워야 하는” 양육의 대상일 뿐이다. “스스로 잘 크기를 원하는” 아이와 “여전히 잘 키우기를 원하는” 부모는 충돌하거나 평행선을 달린다. <정도언 | 서울대 교수·정신분석>
발맞춰 걷고 또 걷다 뒤돌아 보면 서로가 있고. 함께 자라나는 인생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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