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와 인생
1. 코끝을 찡그리며 젖을 앙 하고 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껏 빤다. 차츰 긴장이 풀린 듯 버둥거리던 팔을 뒤로 젖히는 모습. 만족스러움으로 채워진 얼굴의 평온. 2. 자다 깨서 크게 하품을 한 뒤 제 손을 이용해 온 얼굴을 구긴다. 게슴츠레 눈을 뜬 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입을 오므리다 순식간에 방긋 보여주는 미소. 3. 품을 파고드는 몸짓. 4. 쌕쌕거리는 콧구멍과 입술. 5. 옹알거리는 소리. 6. 동그랗게 뜨는 눈 ....
24시간 아이와 함께 하면서 느끼는 행복함 가운데서도 꽉 찬 환희의 순간들이다. 아이는 벌써 생후 70일이 넘었고, 나는 이제 제법 엄마 태가 난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배가 고픈 것과 잠이 오는 것의 칭얼거림을 구분하고, 졸려하는 아이를 몇 번의 토닥임으로 재울 수 있게 됐다. 아이는 내 몸을 제 맞춤 침대인 양 완벽하게 감기고, 나를 향한 사랑스러운 눈맞춤과 옹알이를 한다.
매일같이 아이를 보며 벅차고 기쁜 마음 뒤에 밀려드는 것은 회사 복귀를 너무 서둘렀던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와 불안이다. 또 내 아이 하나 온전한 내 노력으로 돌보지 못할 것인데 바깥에 나가 무슨 일을 얼마나 대단히 할 것인가라는 자괴감도 든다. 나를 아는 주변이라면 기겁할 얘기다. 이전에는 이해 못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친구들이 너무 존경스러워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 답 없는 시험지를 고민하며 푸는 기분이다.
이제야 조금 안다. 양육 태도와 방법 등에서 아이를 낳기 전 했던 몇몇 결심과 생각들은 순진하다 못해 무지했다는 걸.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빨리 끝나지 않을 것인데, 그것이 나를 기르고 또 자라게 할 거라는 걸. 그래서 아이를 낳은 뒤 내가, 나의 일상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이것이 새로운 나의 인생이라는 걸. 무엇보다 지금 이 아이의 몸짓 눈짓으로 인한 기쁨이 앞으로 아이가 내게 줄 수많은 절망과 속썩임에서, 다른 좌절과 고통들로부터 평생토록 구원해줄 것이라는 걸.
부모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할까? 필자가 제안하는 양육의 원칙은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돕는 일이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우기 위한 과도한 불안은 아이에게 과도한 만족을 억지로 떠안길 수도 있다. 아이가 좌절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좌절을 경험해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3~4세 미만의 아이들은 논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키운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승욱|천일의 눈맞춤 92, 95, 15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