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매일이 기적
대체 아이는 하룻밤에 몇 뼘씩 크는걸까. 분명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엎어 놓으면 낑낑 대면서 힘겹게 목을 들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번쩍 고개를 쳐들어 나를 놀라게 했다. 또 바닥에 누여 놓았는데 자꾸 꼬물거리더니 몸을 반쯤 뒤집어 일으키는 것 아닌가. 가만히 두니 그렇게 제 스스로 움직여 360도 한바퀴를 빙글 돌았다. 그게 너무 귀엽고 기막혀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는데,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어주는 아이를 보고는 또 심장이 막 두근두근댔다.
미소만 짓던 아이가 진짜 웃음을 보여주는 일도 최근 잦아졌다. 나름대로 표정을 지어가며 동요를 불러주거나 특히 몸을 써서 놀아줄 때 '까르르', '깍', '헤에' 같은 소리를 내며 웃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어찌나 애를 쓰게 되는지, 익숙치 않은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급기야는 오늘 저녁 마지막 수유 후 트림을 시키려 한참 등을 쓸어주곤, 재우기 위해 눕혔다가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울컥했다. 벌써 100일. 그간 정말 많이 컸구나, 매일매일 열심히 커줬구나 하는 마음에 뭐 별 희한한 감정이 다 북받쳐서. "오늘도 엄마랑 잘 지내주어 정말 고마워" 훌쩍훌쩍 속삭이며 생각했다. '어머 나 진짜 주책이지.'
내가 엄마라는 정체성에 이렇게 흠뻑 빠질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놀랍게도 지난 3개월의 시간 동안 몸이 아닌 마음이 고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아이를 한참 간절히 기다려 얻은 사람도 산후에 우울감을 느끼는 일이 있다는데, 나는 정말 매순간이 행복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잘먹고 잘자면서 별탈없이 자라준 덕분인 것 같다. (물론 feat. 가사의 거의 모든 것을 도맡아 주는 남편도) 감사한 일이다.
엄마는 어찌 되보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자격과 역할임을 알게 됐다. 어디서 읽었는데,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던 280일과 태어난 이후의 100일을 더한 380일이란 시간에서 배란일 15일을 빼면 365일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처음 잉태의 순간부터 딱 1년이 되는 것이 생후 100일이라는 얘기다. 아이와 내가 만난지 벌써 1년이라니. 아이의 속도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나 역시 엄마로서 매일 한뼘씩 자라나고 있음에 자랑스럽고 또 감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