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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Aug 12. 2016

식탁의 즐거움

내가 우리집에서 가장 아끼는 가구 중 하나가 식탁이다. 첫 신혼집에는 식탁이 없었다. 뭐 식탁 뿐이랴.. 옷장도, 소파도 없었다. 욕심 없이 시작한 살림이라 괜찮았지만, 그래도 식탁만큼은... 늘 갖고 싶었다. 무엇보다 신혼이니 둘이 오붓이 앉는 밥상에 대한 단꿈이 있었다.

요리 하기를 즐기진 않지만, 한번 시작하면 제대로 제법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최대한 잘 차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수많은 플레이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할 수 있는 최선의 공을 들인다. #itelmen's table 이라는 해시태그도 만들었는데, 물론 아무렇게나 먹는 밥은 찍어 올리지 않는다. 대개 누군가에게(남편 포함) 정성 들여 만들어 준 음식 사진들이다.


내 결혼식 사회를 봐줬던 고마운 친구와 그의 예비 신랑을 초대했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만찬. (우리 예쁜 하루 거기 있구나)


사진에서 나의 식탁은 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다. 앞으로도 기꺼이 다른 이들을 초대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처음 식탁을 만들 때도 적어도 여섯 명은 둘러 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로 길이를 정했다. 물론 이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아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꼭 더 넓은 테이블을 가지리라 다짐하면서.


처음엔 가로 180은 돼야 한다고 강짜를 부렸지만, 우리집 크기에 140이면 족하다는 남편과 조율 끝에 160으로...
다리는 철제로, 상판은 원목으로. 처음엔 나무 판 4개를 이어 붙이는 식으로 하고 싶었지만 내구성 때문에 하나의 판에 홈을 내는 것으로 공방 사장님과 합의를 봤다.


태어날 내 딸의 친구들도 자주 불러 음식을 해주고 싶다. 알록달록 예쁜 빙수도 만들어 주고.
혼자여도 (일단은 하나만 낳아서 키울 생각이기 때문에...) 늘 북적이면서 컸으면 좋겠고,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씩씩하고 정의롭게 자랐으면 좋겠다. 우리집 식탁이 더 행복하게 붐빌 날을 기다리며.


와인바와 은촛대가 놓인 식탁, 내가 꿈꾸는 다이닝 룸. 우리 하루는 여기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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