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고 고작 만 두달이 조금 지났다. 이사를 한 다음 주 아랫집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제 이삿짐 정리가 끝나냐고. 환자와 수험생이 살고 있는데 소음이 너무 심해서 그렇다고.
며칠 뒤에는 다시 전화가 와 "지금 아이가 뛰고 있느냐"고 물었다. 같이 살 짐정리가 다 되지 않아 아이는 아직 오기도 전이었다.
두번째 전화를 받고선 카드와 쿠키를 선물 포장해 내려갔을 때 집에 있으면서도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던 여자는, 그 이후에도 문자로 두 차례 정도 날을 세우다가 급기야 2주 전쯤엔 덩치 좋은 남편을 올려 보냈다.
남자가 멋쩍어 하며 내민 건 슬리퍼. 그리곤 집에 매트가 깔려 있는지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모습에 "주의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가지고 온 물건은 돌려 보냈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이고, 아이는 오전 9시에 등원해 저녁 6시 넘어 하원한다. 성격이 매사 조심스러워 아빠가 퇴근했을 때 현관까지 종종걸음을 내달리는 것 말고는 뛰는 일은 없다.
아이를 낳은 뒤 5개월이 조금 못돼 친정집에 아이를 두고 주말에만 데려와 재우는 생활을 장장 2년간 했다. 지금 사는 곳은 아이와 매일 함께 하는 첫 집. 그래서 더 마음을 쏟고 의미를 뒀는데, 최근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붙어 있는 경고문(?)을 보고선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여자는 아니겠지. 우리 애는 어제 뛰기는 커녕 열나고 아파서 종일 축 늘어져 있었는데... 누가 썼든 빨간색 펜으로 저렇게 휘갈겨 놓은 글을 공용 엘레베이터 거울 한복판에 붙여 놓는 사람은 제정신은 아닌 거다. 할 말이 있음 직접 하든가, 공론화시키고 싶으면 정중히 메모를 써서 게시물 부착 보드에라도 제대로 끼워놓거나.
100세대도 되지 않는 이 작은 아파트가 혐오사회의 축소판이로구나, 생각하니 더는 살고 싶지 않아졌다.
아무리 소음이 상대적인 것이고 조심해야 하는 문제라지만, 만 30개월 여자 아이가 뒤꿈치를 들고 "엄마 이렇게 걸어?"하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걸 보면서, 제 몸 크기 만한 카트 장난감을 끌지 않고 들어서 낑낑대고 방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결심했다. 여기서 벗어나야겠다고. 일을 저질러 버렸다. 집을 짓기로.
마음에 맞는 이웃과 벽을 마주하고, 공간을 나누면서 아이들이 같이 자라는 공동체주택. 그 과정을 (얼마나 지난한 일이 될지는 몰라) 이따금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