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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May 22. 2019

구조 설계

이번 집짓기 프로젝트(소행주* 7호)는 원래 알던, 뜻맞는 네 가구가 운좋게 모두가 원하던 위치(산 아래)에 좋은 가격으로 땅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소행주 :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성미산마을에서 시작한 새로운 주거방식.

나는 추가로 두 가구를 모집 분양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 네 가구와 인터뷰 후 조인하게 되었다. 작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짧게나마 이 소행주 준비모임에 참여하면서 적정가격에 알맞은 부지를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깨달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던 건 나로선 다행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처음부터 층수나 희망하는 평수까지 조정할 순 없었다.

그래도 럭키. 필로티 있는 2층. 아이가 마음껏 뛰놀기에 적합했고, 좋은 이웃을 만난 덕분에 선택권이 우선 주어져 남향과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일자형 구조인 호수로 정할 수 있었다.


이게 처음 받은 도면. 소행주가 일반 빌라와 다른 것은 구조 설계 단계부터 세대별 요구사항을 커스텀으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우리집은 김치냉장고도 없고, 양문형 냉장고도 아니어서 주방 살림이 남들보다 단출하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큰 주방은 필요 없었다. 그래서 주방과 거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트는 것을 요구했다.


그 요구사항이 반영되어서 이렇게. 나란히 붙은 욕실은 왜 때문..?

참고로 소행주는 공동체주택의 취지나 특성상 공용으로 쓰는 커뮤니티실(화장실 포함), 신발장 및 창고, 옥상정원 등이 있기 때문에 집집마다 현관이 따로 없다. 그래서 수납 역시 최소한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웃하게 된 집과 상의해 1평 남짓 차이 나던 평수를 동일하게 맞췄다. 그러면서 욕조 위치가 이상해져 재수정.



현재 쓰고 있는 가구 사이즈를 측정해 위치를 정하고 이에 맞춰 공간 크기를 조정했다. 주방은 ㄷ자 구조에서 11자로 변경하고, 거실 폭을 더 넓게. 소파 놓을 곳 뒤로는 더 크게 통창을 내고. 식탁 길이에 맞춰 개수대 위치도 잡았다. 욕실도 하나만 남겼다. 대신 이전 도면에서 다용도실로 돼있던 부분은 복도에서 이어지는 오픈형 서재 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아치월을 고민 중이다.



복도가 길게 빠지는 구조라 아예 방을 통과하면 다른 방이 나오는 유럽식 배치도 남편과 논의해봤으나,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침대도 분리하고 사생활도 보호해줘야 겠다는 생각에 접었다. 복도는 아트월로 활용할 거고, 건식 세면대가 있던 자리에는 나의 유일무이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 ㅋㅋ 할머니 뒤주를 놓아 복도 끝을 장식할 예정. 아침에 해가 드는 동쪽이라 창도 조그맣게 내려고 한다.



그래서 최종 정리된 우리집 구조. (도면상 좌측면) 거실에 나 있던 창 하나는 벽으로 마감해 활용도를 더 높이고, 보일러 위치를 조정한 다용도실은 빨래 널 공간을 조그맣게나마 두도록 창을 좀 더 크게 내기로 했다.


이 모든 일이 3주 만에 일어났다는 놀라운 사실... 이제 남은 건 건축허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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