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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을재수 May 07. 2023

바다 보면서, 우리 팥빙수 먹어요.

그런 날이 온다면 녹지 않는 팥빙수를 구하러 그곳에 다녀올게요.


2023.04.08 ㅣ이제서야 대답해요. Yes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발행할  있는 자격이 생기면서 글을 하나 발행했다.


일단 산책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글을 발행하는 순간, 얼마나 떨리던지 그 느낌이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아 빠르게 산책을 나섰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지만 봄날의 날씨는 매우 따스하고 시원했으며 손에는 물병과 쓴 글을 출력한 A4용지가 들려 있었다. 산책길 쉬는 포인트, 세종대왕 앞에 앉아서 물을 마시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굉장히 축하해 줬을 사람이 생각났다.




미국 여행 이후, 온갖 치졸한 고난에도 묵묵부답으로 그저 나아감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많은 사람 틈에서 수많은 미팅으로 타인의 질투와 부러움을 살 정도의 성과를 낼 때,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연락이 정말 많이 왔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핸드폰이 계속 울려서 배터가 스스로 없어졌을 만큼 바쁜 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띄는 연락이 하나 와있었고 그 메시지를 보고는 연락을 주저했었다. 사적인 영역으로 대화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안녕하세요. R이라고 합니다. 질문하신 글 보고 연락드려요. 혹시 미국 다녀오셨나요?



일로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채널이 있었지만, 사적인 영역은 단 한 가지, 개인적인 일로 알아볼 것이 있어 둘러보고 있는 채널에서의 연락이었다. 사적인 일이란, 고난을 줬으면 그것으로 끝인 거지 꿈에까지 나타나 신경 쓰이는 '눈'으로 발목을 잡아 흔들고 있었는데 모른 척 지나치기에 또 나약한 마음이 나대고 있음이다. 질척거리는 수준이 미저리가 따로 없지만 그날들의 품을 모른척할 수 없다. 유년기, 검푸른 보랏빛 망토로 모든 걸 막아주던 품을 모른척할 만큼의 악(惡)은 없기에.




그렇게 R 하고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R는 이 세상에 와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말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편안함은 친밀함을 만들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하는 것도 오랜만인 어느 날 R이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마음이 시키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이제 시작해요.


종종 이야기의 끝에 덧붙인 말을 했지만, 그 말에 할 말은 없다. 이미 마음이 시켜 하는 일을 하고 있음이다. 또한 마음속 깊은, 삐쭉 나와 있는 그곳을 응시하면서도 '없다'며 스스로 눈뜬장님이 되었다.



시간은 흘러 무더웠던 여름날에 R는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바다 앞에서, 바다 보면서 시원한 팥빙수를 먹지 않겠냐고. 찰나 망설였지만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눈치 빠른 R는 망설인 찰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늘 덧붙이던 말을 했다. 잊지 않고서.


마음이 시키는 그 일을 해요. 그래야 해요.


그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고 없는 척했다. 그리고 또한 어쩌면 이제 곧 끝날 세상일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정한 '생명'의 끝은 40세가 아니겠는가. 차곡차곡 근면 성실하게, 하루하루 착실히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육체와 더불어 영혼은 어찌나 약한지 후- 불면 꺼져버릴 만큼 약하고 또 약해져 있으니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도 않았다. 그럼에 마음이 시키는 일이란, 고단함을 마무리하는 것 외에 없다.




                    

이토록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합을 이뤄 오차의 범위가 없어 보이던 그때, R는 사라졌다. 이런 말을 남긴 채


놀러 갈게요. 그곳으로, 그곳에서 만나요.


그 이후로 R의 연락은 더 이상 없다가 암으로 드러눕기 직전 딱 한 번 더 연락이 왔었지만, 이 말이 전부였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요. 마음이 시키는, 좋아하는 일을 해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서야 대답해요. Yes





마음이 시키는 일을 드디어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전하면서 걷고 걸었다.


걷고 걸으면서 온갖 것들로부터의 속삭임이 간지러워 웃었다.


산책하며 미소 짓고 또 웃다가 그날처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하늘을.


원대한 계략은 실패했으며 나약한 마음 따위가 결국 이겼다고. 그렇게 실 없이 또 웃었다.


팥빙수를 함께 먹을 날이 오지 않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녹지 않는 팥빙수를 구하러 그곳에 다녀오겠다고


녹지 않는 팥빙수 앞에서 이번만큼은 오랜 시간 동안, 묻지 않았던 수많은 물음을 꺼내보고 싶다고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며 또 웃었다.


걷고 또 걸으며 오롯이 전달해 오는 그 감각들에 감사하다. 태양의 빛이 온몸을 휘감는다.


우주 만물에 대한 이해도, 즉 그 정도에 따라 평안함이 다르리라.


나의 평안에 찬란한 태양 빛이 스며드는 순간이다. 침묵을 언어로 쓰던 자, 필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산책과 손잡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있는듯하다. 이제서야 그토록 하늘이 원하던 신바람을 타고 나아가리.




신바람, 함께 타실래요?








세종대왕, 최선을 다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라이킷 & 댓글 남겨주시면 기운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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