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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연 Feb 19. 2021

ENFP에게 등산이 잘 맞는 운동인 이유 3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엔프피들, 산으로 모여

요즘 소개팅 할 때 필수 질문이 MBTI라면서? 작년부터 MBTI 테스트가 대유행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본인 유형 인증이 올라오고, 같은 유형들끼리 모여있는 오픈카톡방도 수십개다. 지금 가장 핫한 클럽하우스에도 MBTI방에서 서로의 MBTI를 물어보고 또 공감한다.



혹시나 MBTI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MBTI는 성격유형검사로, 사람의 성격을 외향(E)vs내향(I), 감각(S)vs직관(N), 사고(T)vs감정(F), 판단(J)vs 인식(P)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예를 들면 나의 MBTI 성향은 ‘ENFP’로 외향적이면서(E) 직관, 즉 촉(?)이 좋은 편이고(N),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며(F) 즉흥적이다(P). 위 설명보다 '팩폭 해설'이 개인적으로는 각 유형을 더 와닿게 설명하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엔프피 결과 해설을 읽을수록 내가 등산에 빠진 건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엔프피,  7%의 사람들에게 찰떡궁합인 운동을 추천할테니 집중해 읽어주시길.   




1. 산은 영감을 길어올리러 가는 곳


 ENFP (이하 부르기 편하게 엔프피)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디어가 넘친다는 것. 머릿속에 항상 재미난 계획,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엔프피에게 등산은 기름을 부어줄 연료같은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 정재승 뇌과학자가 출연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한다”는 영상을 보고 '혼자 역시!!!'하고 외쳤다.



정재승 과학자에 따르면 하루 30분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 책 <운동화 신은 뇌>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을 하면 ‘창의력은 물론 판단력과 기획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자극돼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산책, 자전거를 탈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이유다.


헤밍웨이, 하루키 등 달리기를 사랑하는 유명한 소설가도 많다. 나도 달리기를 하면 대작을 쓸 수 있을까 해서 러닝을 몇 번 시도해보았으나 생각정리는 개뿔,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직 ‘숨 차서 죽을 것 같다- 언제 끝나지’ 의 무한 반복이었다. 각종 실내외 유산소 운동을 해보았지만 자전거, 수영 등 모든 운동에는 지루함을 견디는 시간이 꼭 찾아왔다.



반면 등산은 지루할만 하면 풍경이 계속 바뀐다. 쉽게 싫증내고 그만두는 ENFP에게 딱인 운동이다. 게다가 향긋한 흙 냄새를 맡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르막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다리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동시에 온 몸에 피가 도는 게 느껴진다. 방금 전까지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 밖에 나가지말까, 하며 침대에 들러붙어있던 사람이 맞나 싶다. 몸이 깨어나는것과 동시에 다리 근육과 뇌의 특정 부분이 연결이 되어 있는건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엉뚱한 잡생각에서부터 때로는 글감, 문장이 점심시간 급식실로 뛰어가는 학생들처럼 갑작스럽게 줄줄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면 곧장 산으로 향한다. 등산을 마치고 완전히 각성된 상태로 머릿속에 마구 떠올랐던 아이디어들을 빠르게 옮겨 적을 때만큼 생산성이 높은 시간은 아직 없었다. 영감이 필요한 엔프피들이여, 산에는 그대들이 찾는 것이 있을 것이니.


2. 등산은 용두사미가 불가능하다.


ENFP의 치명적인 단점은 끝맺음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미’ ‘용두사미’와 같은 말은 엔프피들의 주된 특징이다(응 내 얘기) 한번 흥미가 발동하면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추진력이 브레이크 고장난 덤프트럭처럼 급이지만 문제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것. 감정에 충실한 엔프피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한마디로 지구력이 0에 가깝다.


 

등산은 이런 ENFP의 약점을 개선해줄 수 있는 운동이다. 등산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구력 훈련이 된다. 기본적으로 약 3~4시간의 등산 시간동안 짜릿한 성취감의 순간은 1이라면 나머지 99는 견디는 시간이다. 지루한 돌길을 묵묵히 오르는 노잼시간과 한발한발 내딛을때마다 찾아오는 근육통을 견뎌내는 시간의 총합이다.


등산을 시작한지 30분만에 흥미가 사라지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문제는 등산은 러닝머신처럼 도중에 정지를 누르고 돌아갈 수도 없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가는 것만큼 힘든 길이므로. 포기할 수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정상까지 울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도 등산을 하며 작고 귀엽던 나의 지구력이 늘어난 것 같다. 99의 지루함을 견뎌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매주 산으로 향하고 있으니. 흥미를 잃어도 3개월은 해보자. 지루함을 견디면 또다른 세계가 펼쳐질 걸 알고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끝까지 해내는 법도 연습할 수 있다.



3.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이다.


MBTI 결과 해설에서 내게 가장 크게 와닿고 또 위로받았던 부분은 외향적이면서 내향적이라는 부분.


엔프피는 (좋게 말해) 강아지같은 구석이 있다. 외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쉽게 눈치채기 어렵지만 사실 엔프피는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만큼 엔프피에게 필요한 건 혼자 있는 시간이다.



그런 면에서도 등산은 엔프피에게 찰떡인 운동인 것이다. 함께할 수도, 혼자 할 수도 있으므로.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를 때에도 즐겁게 수다를 떨다가도 침묵의 시간을 갖는 순간이 꼭 찾아온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그냥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 정도라 둘다 말이 없어진다. 함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등산의 그런 면이 너무 좋다.


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산으로 향하기도 한다(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방구석이 아니라 산으로 향하는 것도 너무나 엔프피스럽지만).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엔프피의 특성을 고려하면 산의 풍경들을 감상하며 혼자 천천히 걷는 시간을 가지며 충전을 하는 것이다.

ㅏ,,,,,,,,,,,,ㄱ4



난 엔프피가 아닌데 전부 해당 되는 말인 것 같아! 읽다보니 끼워맞추기 같은데요!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히 보신 것입니다. 이 글은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에 등산을 끼워맞춰 영업하려는 글이었으므로..

사람마다 맞는 운동은 다 다르니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게 중요하겠지만 우선 등산이 본인에게 맞는지 아닌지 시도해보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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