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사위원이 뽑은 대상작
100% 청소년의 선택
청소년이 뽑은 청소년 소설이라니, 어떤 이야기가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궁금했다. 급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청소년들이 딱! 읽기 좋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할 클리셰는 다 있다. 완벽하지 않는 주인공, 더 나가서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공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며 남도 돕고 주인공 스스로의 결핍도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다. 판타지 대상에 맞게 '보이지 않는 사람'을 보는 능력이 주인공에게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사람'을 "비스킷"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빠질 수 없는 멜로라인도 있다. 멜로가 전면에 나오지 않지만 빠지면 또 섭섭하다. 더불어 사랑보다 깊은 우정도 나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를 받으며 소통하는 관계. 나는 이 판타지 소설에서 가장 '판타지'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시선이 같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의견을 내고 그 의견에 서로가 동조하고 희생하는 친구 관계, 이건 판타지 아닐까?
어쩌면 중. 고등학교 시절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우정'이 아닐까.
책 이야기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이 책에서는 '자존감'과 '존재감'이나는 키워드가 많이 나온다.
자존감이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어학사전에 나온다. 그럼 존재감이란 무엇일까?
존재감이란 사람, 사물, 느낌 따위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
자존감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고 존재감이란 내가 실제한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이 두가지 마음은 서로 상호보완하는 것일까. 상호작용하는 것일까?
p.7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부서지기 쉬운 '비스킷'. 이 책에서는 이 비스킷을 3단계로 나눈다.
1단계 : 반으로 쪼개진 상태.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딱히 존재감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 “어? 너 여기 있었어? 몰랐네.”
2단계 : 조각난 상태. 열 명 중 다섯 명이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불투명한 존재.
3단계 : 부스러기 상태.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인 단계. 오랫동안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단계
p17 대부분 1단계에 머문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지속적인 관심을 주면 유대감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힘이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나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가정에서 지지받고 힘을 얻는다면 2단계나 3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주인공 제성과 그를 돕는 덕환, 효진 등이 가정 폭력에 의해 존재감이 없어진 아이를 구출해 나가는 이야기가 절정을 이룬다. 예민한 청력으로 비스킷을 발견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제성은 자기 자신도 부모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타인에게는 정신병으로 보이는 설정도 대조를 이룬다.
일단 청소년들이 몰입해서 읽을 만큼 내용이 탄탄하고 현실적이다. 비스킷에 관한 몇몇 장면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건 판타지 소설이 주는 재미로 여기고 그 외 적인 상황이나 관계성이 꽤나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특히 층간소음이나 또래 폭력이라든지 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일상을 나타내 보였다.
p78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 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나 자신을 존중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하는 듯하다. 그 기억이 족쇄가 되어 발을 묶어버린다. 발이 묶여 고립되는 순간 나 자신을 존중하기보다는 비난하기 시작한다. 뇌에서 들리는 부정적인 언어때문이겠지. 그래서 책에서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지지하거나 동조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비스킷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비스킷이 될 수 있고 또 언제든 그 비스킷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지금 나는 날 존중하고 있나? 나의 존중이 타인의 불편함이 되는 건 아닌가? 나의 존재감은 어느 장소에서 빛이 나고 있나? 이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삶이 고되고 치사스럽더라도 자신을 존중하고 귀히 여기면 좋겠다. 특히나 청소년, 대학생, 20대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들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 자신을 귀히 여기는 사람은 타인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리라. 지금은 자신의 존재감이 빛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의 이 모습이 10년 뒤의 내 자리를 이뤄나갈 것이다. 그 자리가 세상이 보는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다.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한 자리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중학생들이 읽으면 너무 재미있게 읽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