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별일 없니? <미카 아처 글.그림>
별일 없으신가요?
유난히 이 그림책에 시선이 머문 것은 "별일 없니?"라는 책 제목 때문입니다. 우리 요즘 별일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저도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은 별일 없겠죠?"
책 표지에 금박으로 찍힌 것처럼 작가는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미가 아처입니다. 저는 작가의 이 책이 처음이지만 다니엘 시리즈로 앞서 두 권이나 번역되어 있더라고요.
빨간 후드티를 쓴 친구가 다니엘이에요. 다니엘은 공원에서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할아버지가 물어요 .
다니엘, 별일 없니?
다니엘은 할아버지의 물음에 "아직 모르겠어요. 한번 알아보고 올게요."라고 말해요. 다니엘에게 물었는데 정작 다니엘은 숲 속 친구들의 안부를 먼저 묻고 오겠다고 말하죠.
그렇게 다니엘은 바위에게, 붉은 날개를 가진 검은 새에게, 어미 거위에게, 올챙이에게, 나뭇가지의 새싹에게, 땅에서 기지개를 켜는 고사리에게까지 안부를 물어요.
별일 없니?
공원 한 바퀴를 모두 돌고 온 다니엘이 온갖 소식들을 전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별일'에 대해서도 말을 해요.
"저는요, 휘파람을 불 수 있어요.
그리고 새 이가 났고, 빨리 달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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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별일 없어요?"
가짜 뉴스인줄 알았던 비상계엄이 공포되었던 그 밤. 티브이 앞을 떠나지 못하고 가슴을 졸였습니다. 마침 그때 헬스장에 있는 19살 막내가 심야 운동 중이라서 공포는 더 했습니다. 흑백 필름에서 보았던 시내에 탱크가 당장이라도 들이닥친 것 같은 환영에 휩싸여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했었죠.
"빨리 와. 씻지도 말고 와. 계엄이야."
아이는 '계엄'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최근에 본 영화 때문인지 평소와 다른 엄마 목소리 때문인지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왔어요. 그날 밤 단톡방에서는 "별일 없어?"를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필, 큰아이가 군대에 복무 중이에요. 아직 어리바리한 일병이죠. 티브이에서 총을 메고 방탄 헬맷을 쓴 군인들이 다 아들 같았어요. 그 순간만은 계엄군으로 보이지 않고 내 아들과 아들 친구들로 보이더라고요. 아들 친구들도 다 군 복무 중이거든요. 시민들의 고함과 삿대질, 몸으로 저지하며 성내는 얼굴들. 창문을 뚫고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밟으며 들어가는 군인들. 저러다 유리 조각에 다치면 어떡하나, 저러다 국회 회의장까지 들어가 계엄 해제가 안 되면 어떡하나, 어떡하나, 어떡하나.......
아, 정말 아득한 밤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불안하고 분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곧, 별일 없는 평범한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