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안개에 젖다>

by 하늘보기


저녁 안개가

골목을 타고 내려온다


나는 안개에 젖는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저녁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나는 숨을 죽여 더디게 걷는다

스치듯 스며드는 냄새

서늘하고 투명한

사라지는 것들의 냄새


저녁 안개 속에서

나는 한 점의 얼룩이 된다


소리 없이 번져가며

조금씩 사라지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