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첫 직장에 발을 들여놓을 때, 가슴 한 켠에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나도 그랬다. 첫 출근날, 나는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있는 한 극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공연 시작 전 오후 4시쯤부터 업무가 시작되는 나의 일상은, 다른 사람들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서 마술처럼 펼쳐지는 일이 아닌, 객석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 내 몫이었다. 그 일이 내게 익숙할 리 없었다. 티켓 발권이나 기계를 다루는 일보다는 공연 전후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하우스 매니저 역할이 자연스레 내게 맡겨졌지만, 그 자리는 결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곳은 지원 없이 우리만의 힘으로 극장을 운영해야 했다. 청소 인력도, 하우스 인력도 없었다. 로비 바닥도 직접 쓸어야 했고, 심지어 남자 화장실의 쓰레기통도 비워야 했다. 마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바로 내게 주어진 현실이었다. 극장의 시설은 열악했고, 내가 맡은 일은 끝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내 할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갔다.
우리는 아르바이트 공고와 지인을 통해, 극장에서 도움을 줄 인력들을 구했다. 그들과 처음 만나 인사를 한 날,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 무엇인지 말했다. "객석 오픈 전까지 로비와 화장실을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당연히 모두가 망설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고, 단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끈끈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점점 더 내 일도 의미 있는 일로 다가왔다.
그 극장의 내외부는 정말 열악했다. 객석은 낡은 플라스틱 의자들이었고, 무대 뒤의 분장실은 언제나 어질러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하든, 공연을 준비하는 데 있어 작은 일들이 하나하나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조금씩 달라져 갔다. 청소를 마치고 나면 관객들이 들어올 때 그들이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소망이었다.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고무장갑을 끼고 ‘매직 블록’으로 바닥의 얼룩과 껌 자국을 떼어내는 일도 내가 해야 했다. 아무리 멋진 공연이 펼쳐지더라도, 그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편안한 환경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로비에 있는 카페 사장님은 내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는, 수고한다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 그 작은 위로가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단순히 몸을 녹여주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는 큰 위안이자 힘이 되었고, 그 한 잔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오래도록 남았다. 그 작은 배려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는지... 나 역시 그런 따뜻한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든 일에서, 나는 점점 깨달았다. 공연이 아무리 멋지더라도 그 공연을 감상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관객이 앉는 자리가 얼마나 편안한지, 로비가 얼마나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작은 배려가 어떻게 그들의 공연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가장 작은 일들이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고, 또 다른 작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경험이 오늘도 내게 큰 교훈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에게 주는 작은 위로와 배려가 결국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에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내가 했던 작은 일들이 관객들의 기분을 조금 더 좋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나는 계속해서 나의 작은 역할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그 작은 배려와 관심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