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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토록 Sep 26. 2023

무대 세트 철거하다 식겁했던

식겁할 일이 일어났다. 모 도시에서 2일 4회 공연을 마친 후 무대 세트 철거 작업이 중반쯤 지나고 있을 때였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천장에서 떨어진 건 조명기가 아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대 철거와 관련해 극장측과 얘기 중이었다.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대략 20보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걸어가고 있는 음향 감독. 그의 머리 바로 옆으로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졌고 바닥이 패인 것이다. 음향 감독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면 어찌 되었을까.


끔찍한 인명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당시엔 너무 놀라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 가슴을 쓸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이건 정말 너무도 큰 사고였다. 엄연히 극장 측의 부실한 관리 탓. 그들은 우리에게 충분히 사과해야 했다. 하릴없이 퇴근하기 바빴던 나이 지긋한 극장 측 감독들은 그제야 모여들어 웅성웅성. 자기들끼리 모여 조금 얘기하더니 우리에게 별다른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얼른 짐을 실어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어야 했다. 그렇게 어리바리하게 현장을 수습했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자칫하면 어린 스태프가 머리를 크게 다칠 뻔한, 아니 최악의 상황도 무리가 아닌 정말 큰 사건이었는데 말이다.


극장 측의 성의 없는 태도는 분명 우리 스태프들이 다 어려 보였기 때문일 거다. 십수 년 극장 밥을 먹은 그들에게 20대 중후반의 우리는 분명 애송이들로만 보였을 거다. 그럼에도 나는 팀의 책임자로서 그 자리에서 따져 물어야 할 것들이 분명하게 있었다. “휴... 안 다쳤으면 됐다. 그래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그 자리를 정리했던 것이 두고두고 치욕스러웠다.


하물며 술에 취한 투어 공연 초청사 대표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던 나를 위해서도 모 배우는 나서줬다. 간담을 서늘케 할 만큼 큰일을 당한 어린 스태프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 아닌 내가 나서줘야 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 하더라도 극장 측에서 어물쩍 넘어가게 놔두면 안 되는 거였다. 뒤늦게 중요한 뭔가를 놓쳤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자책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저 구사일생으로 큰 위기를 겪은 그 스태프에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컨디션을 살필 뿐이었다. 나 자신의 무능력이 정말 부끄러웠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난 뭘 할 수 있을까. 좀 더 침착할 순 있을 거다. 하지만 정답이 있을까.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일 뿐이다. 상상하기조차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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