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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토록 Oct 21. 2023

우리가 커튼콜 맛집이래요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배우들이 자진해서 출연료를 삭감했다.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마음을 모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밝은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첫날 쏟아진 공연 마니아들의 가차 없는 악평은 예매를 고민하던 다른 마니아들이 표를 놓게 했다. 단지 몇몇 관객들의 개인적인 시선일 수 있음에도 우리 작품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몇몇 부분에서 다소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할 지점들이 있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민을 해도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었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럼에도 정도 이상의 가치 폄하와 함께 우리 작품을 뭉개는 몇몇 ‘키보드 워리어’들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


실제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은 작품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그것에 마음을 열어주었다. 거기에 마지막 커튼콜에서의 감동만은 정말 최고라며 ‘엄지척’을 내밀었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객석은 비어갔다. 공연을 한 번 더 하면 할수록 점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악의 상황으로 조기 폐막까지 생각했다. 그래도 끝까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게실염으로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해 일주일을 금식하며 치료받고 급하게 투입됐던 작품. 퇴원한 다음 날부터 매달렸다. 한 달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이틀에 한번 꼴로 잠을 잤다. 그마저 3시간 이상을 못 자며 어렵게 어렵게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관객을 끌어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많은 이들이 계약금을 양보하고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이었다. 너무도 아픈 손가락이 됐다. 공연이 끝나고 철수를 하고 며칠간 작품의 여운을 나누는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배우·스태프가 모두 모여 있는 ‘단톡방’에 긴긴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왔다. 


모두가 고생한 보람도 없이 그 희생과 열정의 빛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대화방을 나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착한 공연이 외면당하는 상황에 눈물이 났다. 우리 작품 참 좋은데… 이토록 진정성이 담긴 작품 흔치 않은데… 왜 우리의 진심은 이렇게 묻히고 말았는지….


작품에 날개를 달아주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팠다. 가끔은 작업을 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죽어라 뛰고 또 뛰는데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망망대해 위에서 돛대 없이 항해하는 듯하다. 앞이 캄캄하고 막막해 차라리 가라앉고 싶을 때가 있다.


다시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면 그때는 보다 빛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더 탄탄하게 준비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작품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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