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역 2번 출구 옆 커피숍

14시 22분, 그 어느 때의 기록

by 하루

학교였던 터를 헐고 묵직하게 자리 잡은 주상 복합 건물의 모퉁이 1층 익숙한 브랜드의 커피숍.
나름 자그마한 시멘트와 나무로 만든 공원을 메인 뷰로 삼은 넓은 창유리 문을 가지고 있다.

동행을 기다리던 50대로 보이는 아줌마는 창 옆자리에 혼자 앉아 있다가 방금 들어온 동행의 깜짝 등장에 반가워한다. 맞은편에는 연인인 듯한 한쌍의 남녀가 마주 앉아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눈화장을 하고 있는 여자 친구를, 정말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 한 손에 들고 있는 빈 커피잔처럼 아무 감정도 없는 듯, 아무 얘기도 없는 듯...
모형 해파리가 아까부터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모형어항에는 파란빛 디지털 조명이 가득하고 카운터 뒤편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은 손님들과 무관하게 둘 만의 이야기 속에 있다.

너무 막연한 나의 삶에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 또한 막연하다고 생각돼서 그 생각은 접어둔 지 오래다.
견디고 버티면 결국은 다른 길이 보이겠지. 50 몇 년을 살아온 뒤편을 보면서, '그렇겠지' 생각하고 염려를 쫓아 버릴 수 있는 것이 경험의 결과일까? 한 줄 글 쓰고 핸드폰 열어보는 것을 보면 내 염려가 사라진 것은 아닌 듯하다.

이곳의 색깔은 의외로 다양하다. 노랗고 투명한 조명이 그 다양한 과일 색깔들을 덮고 있다.
바깥 기온보다 20도는 넘을 것처럼 따뜻한 커피숍. '혼커'에 익숙해지고 있다.
의외의 평안함.

왼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내가 못하는,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 게 사실인가 보네. 옆모습으로 내 전방 시야를 차지하고 있는 여대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열심히'라고는 보이지 않지만 아까부터 영어 토플인 듯한 책을 펼쳐놓고 왼손으로 책을 긁어대고 있다. 솔직히 저런 시간과 젊음이 부러워지네.. 이런!

문득 핸드폰 카톡에 새로운 메시지를 알리는 ⓵표시가 반갑다. 흘끔흘끔 곁눈질로 카톡을 확인하면서 누군가 얘기 건네주기를 바라고 있는 이 시간.
의외의 평안함.

커피가 만족스럽게 식어지도록 마시는 시간은 딱 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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