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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an 04. 2018

다이어리에 일정이 빼곡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

‘여백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여유로운 시간을 두려워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노동이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고 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열광하는 문화는 산업사회 이전부터 있었다. 고대로마의 철학자이자 극작가 루시우스 세네카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바쁘게 만드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졸이지 않고 살 수 있다.”라고 했다. 

요아힘 바우어 지음, 전진만 옮김,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책세상, 2015), 182쪽


사업은 영어로 ‘business’다. 사업이라는 말이 busy를 어원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은 본질적으로 바쁜 일이다. 만약 사업이 느리다면 사업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가 사업가의 가장 큰 관심사다. 바쁘게 살아야 성공한 삶을 사는 듯하다.

늘 바쁘고 시간에 쫓기듯 살아야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항상 바쁘게 사는 사람들 중에는 여유로운 시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여백 증후군’에 걸렸다고 말한다. 여백 증후군은 다이어리에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증상이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일정이 빼곡하면 정작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없다. 단순히 여러 가지 일을 옮겨 다니면서 바쁘기만 할 뿐이다.


여백 증후군은 다이어리에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증상이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일정이 빼곡하면 정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없다.


시간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다. 세상 만물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는 생각이 상식이다. 하지만 상식과 달리 동물마다 생체 시간은 다르다. 동물 생리학자 모토카와 다쓰오는 코끼리에게는 코끼리의 시간, 개에게는 개의 시간, 쥐에게는 쥐의 시간이 있다고 했다. 몸의 크기와 심장 박동 수에 따라서 생체 시간은 다르다. 동물의 심장 박동 수를 비교해보면 인간은 심장 박동수 한 번에 1초, 생쥐는 0.1초, 코끼리는 3초가 걸린다. 몸이 클수록 심장이 뛰는 속도는 더 늦어진다. 모토가와 다쓰오는 에너지를 쓸수록 시간은 빠르게 간다고 했다. 쥐는 코끼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코끼리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쓰지 신이치(이규) 지음, 김향 옮김, 《슬로 라이프》, (디자인하우스, 2005), 153~154쪽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현대인들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럴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 동물의 생물학적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양을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지만 바쁠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에서, 직장에서 중요한 것은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량을 초과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거리 두기 능력’이라고 한다. 과부하가 걸린 업무량을 줄이고 개인적인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거절하는 방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거절을 받아들이는 현명한 상사와 직장 분위기가 전제조건이다. 업무 중에는 완전히 몰입하고 과도한 업무 부담을 떠안지 않고 필요하다면 거부 의사를 밝히고 퇴근 이후에는 온전히 자기 생활과 휴식을 즐겨야 한다. 이것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참고문헌

요아힘 바우어 지음, 전진만 옮김,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책세상, 2015), 182쪽

쓰지 신이치(이규) 지음, 김향 옮김, 《슬로 라이프》, (디자인하우스, 2005), 153~154쪽

정경수 지음,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 (큰그림, 2017), 39~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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