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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May 24. 2018

제로 디자인,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디자인

인간에게 필요해서 만든 물건은 다 써버린 뒤에는 쓰레기가 된다. 그렇다고 필요한 물건을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물건을 사용하고 나서 버릴 때도 고려하여 다 쓴 후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소재와 원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5월 23일 AP 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뉴욕시의원 라파엘 에스피날은 뉴욕 시내 레스토랑, 바, 커피숍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휘젓개를 종이 또는 금속 재질로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에스피날 의원은 "미국에서 매일 5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버려지고, 매년 1천200만 미터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간다"라고 말했다.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만 예외가 적용되며, 위반 시 100달러(약 10만 8천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세계 각국과 주요 도시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문제와 씨름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AP는 전했다.

강건택 기자, [뉴욕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사라지나…금지법안 발의], (연합뉴스, 2018년 5월 24일)


비닐이 처음 탄생했을 때 '신이 깜빡 잊고 만들지 않은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비닐 쓰레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지금은 신이 왜 비닐을 만들지 않았는지 납득이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닐을 대체하는 포장재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실험적인 개념이지만 사용 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제로 디자인(Zero Design)'이 탄생했다. 


친환경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는 에코 크리에이터에 의해서 제로 디자인의 결과물이 나오고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제로 디자인은 일회용 컵, 포장지, 포장재료 등의 소재를 바꾸는 데서 시작되었다. 포장지와 포장재료는 상품을 보호하는 동시에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포장지와 포장재료는 상품을 개봉하는 동시에 쓰레기가 된다.


일회용품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2015년 한 해 동안 6억 7천만 개 이상 사용했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일회용 컵 사용량은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회용 컵 사용량과 함께 컵 뚜껑, 빨대, 홀더 등의 사용량도 늘었다.


커피를 담는 일회용 종이컵은 분해가 가능하지만 별도의 분해공정을 거쳐야 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디자이너 엔리케 루이스 사르디(Enrique Luis Sardi)는 일회용 컵을 완벽하게 없애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커피 잔을 먹을 수 있게 만들기로 하고 먹는 커피 잔, 쿠키 컵(Cookie cup)을 만들었다. 


라바짜(Lavazza)의 쿠키 컵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 http://www.lavazza.com/en/coffee-passion/coffee-break/cookie-cup/)

쿠키 컵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커피 회사 라바짜(Lavazza)와 함께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쿠키 컵의 안쪽은 커피가 흡수되지 않도록 설탕으로 코팅했다. 커피가 흡수되지 않아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쿠키가 파손되지 않는다. 커피를 다 마시고 쿠키로 만들어진 컵을 먹으면 된다. 커피와 함께 쿠키를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커피와 쿠키를 즐기면서 설거지 거리도 없게 만드는 쿠키 컵은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다. 환경을 위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상용화하기는 어렵지만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환경오염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재가 있다. 비닐봉지다.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면서 비닐봉지의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저렴하고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용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이유는 완전히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닐봉지는 소각하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해서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소재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2011년에 물에 녹는 비닐 쇼핑백 ‘클레버 리틀 백(Clever little bag)’을 내놓았다. 클레버 리틀 백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비닐 쇼핑백과 같지만 물에 담가 두면 3분 만에 완전히 분해된다. 이 쇼핑백은 옥수수 전분과 잡초, 낙엽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쇼핑백 제작에 사용한 붉은색도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환경에 무해하다. 클레버 리틀 백을 사용한 후에 물에 녹여 하수구로 흘려보내도 되고 땅에 묻어도 3개월 안에 완전히 분해된다. 


puma claver little bag  (출처 :https://fuseproject.com/work/puma/clever-little-bag/?focus=overview)


클레버 리틀 백은 브랜드를 알리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푸마가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기업 가치를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마의 친환경 비닐봉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인 스튜디오 퓨즈프로젝트(fuseproject)의 산업디자이너 이브 비하르(Yves Behar)가 만들었다.


푸마는 운동화 포장박스를 클레버 리틀 백으로 대체하여 종이 사용량을 65퍼센트 정도 줄였고 제품 박스가 차지하는 공간도 줄여서 운송비까지 절약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매년 192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293톤의 종이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심코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비닐봉지를 줄인다고 해서 환경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만 인류는 건강한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다.



참고문헌

강건택 기자, [뉴욕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사라지나…금지법안 발의], (연합뉴스, 2018년 5월 24일)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128~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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