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놓고 잠을 자야 잠이 더 잘 온다면, TV는 수면제다.
어릴 때 아버지는 항상 TV를 켜놓고 잠에 들었다. 코를 고는 소리가 나서 TV를 끄면 어김없이 눈을 뜨셨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듣고 있다."
지금은 내가 그렇다. TV를 켜놓고 있으면 잠이 잘 오는데 TV를 끄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성인 중에는 TV를 보면서 잠이 드는 사람이 많다. 잠자리에서 TV를 시청하면 수면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TV가 없으면 잠이 안 오는 사람들에게 TV는 수면제 역할을 한다.
잠자리에서 TV를 보지 말라고 권하는 이유는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전자기기에서 나오는 푸른빛) 때문이다. 블루라이트는 잠을 잘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 수치를 떨어트려서 깊은 잠이 들지 못하게 한다.
잠을 자는 공간에서 철저하게 배제해야 하는 것이 빛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모든 불을 끄고 어둡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 국립 수면 재단에서는 침실에 조명이 필요하다면 낮은 밝기의 백열전구를 켤 것을 권한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이나 전자책 단말기를 보는 것도 가능하면 금해야 한다. 전구를 만드는 라이팅 사이언스 그룹에서는 24시간 주기와 조화를 이루는 전구를 생산하고 있다. 주간과 야간에 사용하는 전구를 따로 제조하는 업체도 있다.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정준희 옮김, 《수면혁명》, (민음사, 2016), 233쪽
라이팅 사이언스 그룹에서 개발한 전구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24시간 주기에 따라 전구의 빛은 흰색에서 하늘색으로 바뀐다. 나사(NASA)에서는 이 전구를 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우주비행사의 시차 적응을 위해서 사용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스키, 스노보드 대표팀도 이 전구를 사용해서 현지 시간에 적응했다.
사람마다 편안한 잠을 자는 환경은 다르다. 인형을 안고 잠이 드는 아이도 있고 늘 사용하던 베개를 베야 잠을 푹 자는 사람도 있다. 여행을 갈 때도 사용하던 베개를 챙겨가는 사람이 있다. 인형을 안고 잠을 자거나 자기에게 맞는 베개를 베야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잠을 자기 위해서 물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수면 의식을 치른다.
나처럼 TV를 보면서 잠을 자야 잠이 더 잘 오고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면 잠자리에서 TV 시청을 금할 필요는 없다. 잠을 자기 위해서 꼭 TV를 봐야 한다면 TV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취침 예약을 하고 TV를 켜놓되 화면의 밝기를 낮추고 TV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잠을 자면 된다. TV 시청 시간이 늘어날수록 비만과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지고 어린이의 정신건강과 성장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참고문헌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정준희 옮김, 《수면혁명》, (민음사, 2016), 233쪽
정경수 지음,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 (큰그림, 2017), 93~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