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카페인 음료, 한두 잔 이상의 술, 수면제, TV 화면의 빛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나 차, 술, 수면제 같은 약물은 수면에 영향을 준다.
특히 커피와 홍차는 각성 효과 때문에 수면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커피전문점은 저녁 9시 이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무역협회 2016년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일본이 383잔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338잔으로 세계 2위다. 친구를 만날 때, 회의를 할 때, 식사 후에 으레 커피를 마신다. 하루에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고 저녁 식사 후에도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나 차, 초콜릿은 30분이 지나면 뇌에 각성 효과가 나타나고 1시간 후에 혈중 농도는 최고치에 도달한다. 이후 간의 효소에 의해서 분해되면서 혈중 농도는 점차 감소하여 3~7시간이 지나면 혈중 카페인은 반으로 줄어든다. 보통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100밀리그램이다. 나이, 활동량, 신진대사에 따라 다르지만 5시간 정도 지나면 50밀리그램만 몸 안에 남는다. 카페인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카페인을 섭취한 시간대와 수면 빚, 나이, 내성에 따라 다르다.
윌리엄 C. 디멘트 지음, 김태 옮김, 《수면의 약속》, (넥서스BOOKS, 2007), 238쪽
커피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커피나 차, 초콜릿을 통해서 섭취한 카페인은 즉시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카페인 성분이 몸 안에서 분해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커피를 마신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이 들어도 몸에서는 각성 효과가 나타나 깊은 잠을 들지 못한다. 수면의 질을 생각한다면 저녁 6시 이후에는 커피나 홍차를 마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술은 마시는 양에 따라서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고 수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수면의 질과 술의 관계에는 ‘골디락스의 원칙’이 적용된다. 골디락스의 원칙은 영국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되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술은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
사람마다 음주량은 다르다. 술을 마시는 성인을 기준으로 와인이나 맥주 한두 잔은 수면을 도와준다. 약간의 술은 그동안 쌓인 수면 빚이 발현되도록 해서 깊은 잠이 들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저녁에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수면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각성 효과가 나타난다. 늦은 밤에 마시는 술도 수면을 방해한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술을 마시면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불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마신 술을 다 소화해야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잔다는 사람이 있다. 잠들기 전에 마시는 술은 빨리 잠드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술로 잠을 청하면 술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우리 몸은 쉬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로 잠을 자면 일어날 때 머리가 아프고 상쾌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잠을 자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수면 만족도는 떨어진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면 이른 저녁에 한두 잔 정도가 적당하다.
이동연 지음, 《행복한 수면법》, (평단문화사, 2007), 113쪽
치료 목적으로 먹는 약에도 수면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근무 일정이 바뀔 때 낮과 밤이 바뀌어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 수면제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 있다. 대부분의 수면제는 병적으로 잠을 잘 수 없을 때는 효과가 있지만 수면의 질을 높여주거나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는 없다. 수면제가 자연적으로 수면을 유발하기보다는 왜곡된 형태의 수면, 즉 얕은 잠이 지속되는 수면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일시적으로 잠이 들게 할 뿐이다.
TV 시청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의사들은 현대인들의 수면장애 원인을 TV 시청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TV 시청이 직접적으로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 가지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생리학적인 면에서 TV가 사람들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잠들기 전에 TV를 시청하면 화면에서 나오는 빛(블루라이트)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서 깨어있는 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의 주기에 영향을 준다.
두 번째는 폭력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할 경우 심리적인 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나이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잠을 자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지 못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세 번째는 TV 시청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서 생체 리듬이 깨진다는 것이다.
TV 시청을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을 쉬게 하는 데는 TV 시청이 효과가 있지만 뇌가 휴식을 취하는 데는 나쁜 영향을 준다. 화면에서 계속 뇌에 정보를 보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잠이 안 온다. 잠이 오지 않아서 TV나 책을 보는 사람도 있다. 잠이 오지 않더라도 불을 끄고 뇌가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잠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불을 끈 방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잠을 자는 것처럼 뇌가 휴식을 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케가야 유지 지음, 하현성 올김, 《뇌를 속이는 시험공부》, (행복포럼, 2012), 111쪽
깊은 잠을 방해하는 요인 네 가지를 정리하자면, 첫째, 저녁 식사 후에는 초콜릿, 커피, 홍차 등 카페인이 든 간식과 음료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둘째, 숙면을 원한다면 술은 한두 잔 정도 가볍게 마셔야 한다. 셋째, 교대 근무나 야근으로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더라도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는 것은 숙면에 도움이 안 된다. 피곤해도 가볍게 운동을 해서 기분 좋은 피로를 느끼면 기분 좋게 잠에 들 수 있다. 넷째, TV 화면의 밝은 빛은 숙면을 방해한다. TV 시청이 숙면을 방해하는 게 아니다. 요즘은 TV에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거나 소리를 들려야 잠을 청할 수 있다면,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바람직하다.
참고문헌
윌리엄 C. 디멘트 지음, 김태 옮김, 《수면의 약속》, (넥서스BOOKS, 2007), 238쪽
이동연 지음, 《행복한 수면법》, (평단문화사, 2007), 113쪽
이케가야 유지 지음, 하현성 올김, 《뇌를 속이는 시험공부》, (행복포럼, 2012), 111쪽
정경수 지음,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 (큰그림, 2017), 95~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