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an 08. 2019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식, 명상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어쨌든 마음은 차분해진다.

해가 바뀌면 올해는 꼭 이룰 거야, 라는 생각으로 초반부터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 마라톤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전력 질주하는 것처럼. 

어떤 일이든 완급을 조절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 일단, 끝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사상가 칼 포머는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라고 했다. 계속 발생하는 문제를 항상 치열하게 맞설 수는 없다. 

몸이 지치면 잠시 쉬고 마음이 지치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서 그냥 앉아 있으면 된다.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하면 얼마 못 가서 지친다. 

무엇을 하든지 몸과 마음을 쉬어 가면서 하자.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는 말 때문에 휴일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노는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다. 휴가 기간을 정하면 으레 “어디 갈 거야? ”라고 묻는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라는 말에서 여행을 떠올린다. 하지만 휴식을 위해서 필요한 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식은 무엇일까? 어떻게 쉬어야 잘 쉬었다고 소문이 날까?

명상을 하면 된다. 

인도에서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제대로 명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내 생각에는 류시화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명상센터에서 수련하고 명상가 라즈니쉬가 쓴 책을 번역해서, 명상은 왠지 도를 닦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해서 그런 것 같다.


명상에는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다. ‘그냥 앉아있는 상태’가 명상이다. 헤매는 것, 집착하는 것, 갈망하는 것.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기운을 직접 대면하고 그 생각들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잡념을 가라앉게 하려면 ‘그냥 앉아있기’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치열하게 노력할 필요도 없다. 명상을 한 후에 잡념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명상을 하기 전보다 마음은 조금 차분해진다.


명상을 한 후에 잡념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명상을 하기 전보다 마음은 조금 차분해진다.


글쓰기를 독려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인생을 쓰는 법》에서 잡념이 가라앉게 하려면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질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했다.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내버려두려면 몸의 자세가 중요하다. 허리를 펴고 척추를 세우는 것, 눈을 뜨는 방법 등 일정한 규범에 따라 단정하게 앉아서. 호흡은 가늘게, 길게, 고르게, 부드럽게 하며, 무념무상에 빠지는 법이 좌선이다.            


우리나라 고승들은 좌선에 관한 글을 남겼다. 고승들은 좌선이 집중력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좌선을 하는 동안 아무런 방해 없이 머릿속의 생각과 만날 수 있다. 의자나 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편한 자세로 자신을 느낀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면서 배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을 고정시킨다. 자신을 붙들어 매고 마음이 돌아올 곳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산만한 생각에 휘둘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서, 좌선은 그냥 앉아 있는 상태다. 앉아 있는 동안 마음이 편해지면 그걸로 끝이다. 좌선을 행하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수도승들도 마음의 안정은 쉽게 얻지 못한다. 좌선을 할 때 뇌파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승려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상태의 뇌파에서는 딩동댕 소리가 나는 모자처럼 생긴 측정기를 승려들에게 씌웠다. 그 결과 명승이라고 알려진 승려가 좌선을 하고 있을 때만 한참이 지나도록 소리가 나지 않았고 젊은 승려들은 좌선을 시작한 지 얼마 안 가서 딩동댕 소리가 났다.

오카다 이코 지음, 최문련 옮김, 《기적의 혈액 건강법》, (평단문화사, 2007), 216쪽



좌선을 해서 모두가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좌선을 하고 있을 때 뇌파가 극히 안정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독일의 신경정신학자 한스 베르거가 발견한 뇌파는 네 종류다. 눈을 감으면 알파파(α)가 나타나고 깨어 있을 때는 베타파(β)가, 어린아이들에게는 세타파(θ)가 나타난다. 깊은 수면 시에는 델타파(δ)가 나타난다.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세타파가 성인에게 나타날 때도 있다. 마음이 편안할 때 성인에게도 세타파가 나타난다.


눈을 감고 좌선을 하면 명상을 시작한 지 1분 정도 뒤에 알파파가 나타나고 알파파의 진폭이 점점 커지고 주기가 길어지면서 세타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을 뜨면 알파파는 사라진다. 이렇게 좌선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오카다 이코 지음, 최문련 옮김, 《기적의 혈액 건강법》, (평단문화사, 2007), 213쪽


명상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명상을 하면 안정 상태의 뇌파가 나타나고 자율신경계에 속하는 교감 신경(에너지를 소비할 때 작용하는 신경으로 우리 몸을 활동적으로 만든다)과 부교감 신경(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 활성화되며 심장 운동과 호흡을 진정시킨다)이 조화를 이룬다. 눈을 감고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자율신경계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근육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참고문헌

오카다 이코 지음, 최문련 옮김, 《기적의 혈액 건강법》, (평단문화사, 2007), 213, 216쪽

정경수 지음,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 (큰그림, 2017), 103, 105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