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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an 23. 2019

시간을 관리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시간의 개념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

즐거운 시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출근 시간, 등교 시간은 정해져 있다. 늦잠을 자서 대충 세수만 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은 다른 날보다 더 서행하는 것 같고, 시간은 다른 날보다 더 빠르게 간다.




집에서 회사까지 30분 걸린다면 늦어도 8시 30분에 출발해야 출근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다. 이 경우 출근하는데 30분을 할당한다. 여유 있게 출근하려고 1시간 정도 할당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출근이든 약속이든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하자는 주의다. 학교도, 직장도, 교육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간다. 일찍 도착하더라도 5분~10분쯤 전이다. 예전에 직장 동료는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일도 하고 책도 보고, 사무실에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고 했다.   


나처럼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서 가는 사람도 있고 여유 있게 일찍 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시간의 의미, 이용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은 어쩌면 단지 시계에 적힌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무슨 궤변이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꼭 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시간은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으로 나눠서 인식하게 되었다.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주관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비유를 들어서 시간의 상대성을 설명했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얹었다고 해보자. 단 몇 초만 얹고 있어도 그 시간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다고 해보자. 몇 시간조차도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이것이 상대성 이론을 모두 설명하는 내용은 아니다. 농담 같은 비유지만 상황에 따라 시간은 전혀 다른 길이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임정택 지음,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21세기북스, 2011), 160~161쪽


계획은 시간에 따라 할 일을 분배하는 것이다. 오래 걸리는 일은 많은 시간을 할당하고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일과 급한 일에는 ‘당장’이라는 시간을 할당한다. 


자연 시간에 따라 살던 농부들은 일을 ‘하루 일거리’ 단위로 계획했다. 과제 중심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관점에서는 추수할 때 농부는 추수를 끝내야 제대로 일을 한 것이다.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없던 시절에 인간의 생활을 지배한 것은 ‘자연 시간(Natural time)’이다. 자연 시간에 따르는 사람들은 일하기 적당한 시간에 일하고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잤다. 자연 시간에 따라 생활하던 시절에도 할 일을 순서대로 처리했다.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만 없었을 뿐이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을 했다. 

시계가 없던 6세기 베네딕토회 수사들의 하루 일과는 정해져 있었다. 원시적인 시계를 이용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종을 울리면 수사들은 한 과제를 끝내고 다음 과제로 넘어갔다. 종소리에 따라 기도하고 공부도 했다. 종소리에 맞춰서 농사를 짓고 과제를 수행했다. 

이후에 르네상스 시대에 철학자, 건축가, 음악가, 화가, 조각가였던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하루 동안 할 일을 일정표에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자문한다. 그런 다음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각각의 일에 적절히 시간을 할당한다. 이건 오전에, 저건 오후에, 또 이건 밤에 하는 식이다.”

칼 오너리 지음, 박웅희 옮김, 《시간자결권》, (샘앤파커스, 2015), 39, 44쪽


하나의 일, 즉 과제를 중심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관점에서 보면, 추수를 할 때 농부는 추수를 끝내야 제대로 일을 한

것이다. 자연 시간에 따라 살던 농부들은 일을 ‘하루 일거리’ 단위로 계획했다. 추수해야 할 면적에 따라 하루 일거리, 사흘 일거리라고 했다.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할 때는 여가 시간이 줄어들고 반나절 정도면 끝나는 일을 할 때는 여가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시간에 의해서 노동을 규정하면서 일을 하는 시간과 여가 시간은 분명하게 구분되었다. 시계에 따라 일을 하는 방식으로 바뀐 이후에 일을 다 끝내든 끝내지 못하든 상관없이 시간이 되면 일을 끝냈다.


자연 시간에 따라 생활하던 시절에는 할 일, 즉 과제(Task)에 따라서 시간을 분배했다. 지금은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할 일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것을 ‘시계에 의해 규정된 노동(Labour timed by the clock) ’이라고 한다.

이희진 지음, 《정보기술은 시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삼성경제연구소, 2006), 87쪽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에 인간의 노동도 기계가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졌다. 영화 원더우먼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시계에 따라 일을 한다고 하자 원더우먼이 그렇게 작은 물건이 시키는 대로 하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은 시계에 의해 규정된 노동을 하는 세계, 원더우먼은 과제 중심으로 일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다.  

20세기 초, 과학적 경영의 아버지라고 불린 프레더릭 테일러는 시간을 통제해서 일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동작에 대해서 시간을 계산했다.


“서류를 찾지 않고 서류함을 열고 닫는 데 0.04초, 책상 가운데 서랍을 여는 데 0.026초, 가운데 서랍을 닫는 데 0.027초, 옆 서랍을 닫는 데 0.026초, 의자에 앉는 데 0.033초, 옆에 있는 책상이나 파일함까지 의자에 앉아서 이동하는 데 0.05초.”

장대익·이지훈·손화철 외지음, 《욕망하는테크놀로지》,(동아시아, 2009), 161쪽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시간으로 계산하던 시대에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기계에 카드를 집어넣어서 출퇴근 시간을 기록했다.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기계를 판매한 회사가 지금의 IBM이다. 근면, 성실, 자조를 내세운 청교도적 자세가 널리 퍼지고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일·생활을 하면서 시간은 돈이 되었다. 일분일초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다. 시간을 휴식으로 낭비해서는 안 되고 늦잠을 자는 것도 금기시되었다.


시간은 시계가 가리키는 절대적인 시간과 인간의 느낌에 따르는 상대적인 시간, 두 가지 개념으로 해석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배하는 시간에 대한 관념은 시계가 가리키는 절대적인 시간이다.



참고문헌

임정택 지음,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21세기북스, 2011), 160~161쪽

칼 오너리 지음, 박웅희 옮김, 《시간자결권》, (샘앤파커스, 2015), 39, 44쪽

이희진 지음, 《정보기술은 시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삼성경제연구소, 2006), 87쪽

장대익·이지훈·손화철·이상욱·송성수·이영준·이장규·이중원 지음, 《욕망하는 테크놀로지》, (동아

시아, 2009), 161쪽

정경수 지음, 《계획 세우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8), 65~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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