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an 31. 2019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은 루틴을 만든다

일상적인 일에 규칙을 정하면 순식간에 끝난다.

매일 하는 일,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퇴근해서 바로 씻기, 문의 메일에 그날 답장하기, 원고 마감일 지키기...

제 경우는 이런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커피 내릴 준비를 합니다. 가스레인지에 커피 물을 올리고 드리퍼, 여과지, 서버, 머그컵을 챙긴 다음 씻으러 갑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다시 이불로 들어가는 일은 없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바로 욕실로 직행합니다. 주방이나 거실에서 어물쩡거리면 씻는 걸 계속 미루게 됩니다.

내가 쓴 책을 읽은 독자의 문의 메일, 매체 담당자,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동료에게 온 메일은 메일을 받은 그날 퇴근 전에 답장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6시 전후에는 언제나 메일을 씁니다.

매체에서 요청해서 쓰는 원고는 쓰는 걸로 확정된 날, 원고 파일 이름을 '원고 제목_마감일'로 정하고 저장합니다. 물론 다이어리에도 매체와 원고 내용, 마감일을 써둡니다. 그러면 마감일을 잊거나 어기는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생활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학교에 간다. 점심시간이 배꼽시계와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고, 사회적으로 약속된 점심시간이 끝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점심시간 이전에 하던 일, 공부, 생활을 다시 한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생활하면서도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을 인정한다.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을 모두가 인정한다는 증거가 있다.


영국의 한 광고회사에서 큰 상품을 내걸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묻는 퀴즈를 냈다. 에든버러에서 런던까지 가려면 버스로 8~9시간, 고속철도로 4시간, 비행기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사람들은 비행기가 가장 빠르다, 기차를 타고 어디에서 버스로 갈아가는 게 가장 빠르다, 새벽에 교통체증이 없는 지름길로 차를 몰고 가는 게 가장 빠르다 등 경험을 통해서 얻은 가장 빠른 이동 방법을 답으로 제시했다. 이 퀴즈에서 상품을 받은 사람의 대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였다. 

박상곤 지음, 《변화의 기술》, (미래와경영, 2009), 179쪽


에든버러는 프린지 축제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영국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다. 스코틀랜드 남쪽 지역에 에든버러가 있다. 런던은 잉글랜드 남쪽 지역이다. 지도상으로도 상당히 멀다. 퀴즈의 답으로 선정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 로 상을 받았다는 데 대해서 이견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그 길을 가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즐겁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루틴'을 만들면 된다. 일상적인 일에 순서와 규칙을 정하면 매번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순서가 정해져 있어서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야 성공한다는 청교도적 인생관에 반론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젊은 혁신가들’로 선정된  티모시 페리스는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라는 주장을 《4시간(The 4 Hour workweek)》에 담았다. 그는 이 책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즐기라고 했다. 

시간관리 전문가들은 계획의 원칙과 마감기한, 우선순위, 프라임타임(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시간) 등을 실천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데 반해서 티모시 페리스는 즐겁게 일할 것을 강조한다. 티모시 페리스가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다. 


일주일에 4시간을 일한다는 개념에서 일(work)은 하기 싫은 것을 의미한다. 즉, 4시간을 일한다는 의미는 하기 싫은 일을 4시간 동안 하는 것이다. 업무시간이나 일의 강도에 관계없이 즐겁게 한다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로라 스택 지음, 조미라 옮김, 《적게 일하고 많이 성취하는 사람의 비밀》, (처음북스, 2013), 71쪽


티모시 페리스 주장에 따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은 '일 하는 시간'이 아니다. 티모시 페리스가 책에 쓴 일주일에 4시간 일하기와 광고회사 퀴즈에서 상품을 탄 사람의 답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는 사람들이 상대적인 시간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의 시간관리 방법론은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상대성 이론을 주장한 아인슈타인은 일상에서 반복하는 일에 규칙을 만들고 지켰다. 매일 같은 옷을 입은 것도 아인슈타인의 생활 규칙이었다.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느라 신경 쓰지 않도록 옷장에 같은 옷을 다섯 벌 넣어 두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즐겁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루틴'을 만들면 된다. 일상적인 일에 순서와 규칙을 정하면 매번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실천할지 순서가 정해져 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고 반복해서 습관이 되면 실천하는 데 부담이 없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씨네 21〉 이다혜 기자는 글을 쓰려면 루틴을 만들라고 했다. 그의 루틴은 이렇다. 

1. 장소 만들기 2. 시간 정하기 3. 음악 고르기 4. 손 씻기 5. 청소하기 6. 마감

글을 쓸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글을 쓰면서 듣는 음악을 고른다. 손을 씻고 청소하는 건 글을 쓰기 위한 시작 의식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루틴 가운데 '청소하기'가 기억에 남는다. 마감에 임박해서 글을 쓰려고 이 루틴을 실행하면 청소가 잘 된다고 했다. 나도 공감한다. 바쁠 때, 청소와 정리를 하면 너무 잘 된다. 시험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영화를 한 편 보는 것'도 마찬가지일 게다. 이럴 때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마음먹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시작 의식은 필요하다.  


여러 장르의 예술을 무용과 결합해서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든 현대무용가 트와일라 타프는 창조적인 작업을 하려면 시작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연습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택시를 타고 헬스장으로 이동한다. 헬스장에서 매일 아침 2시간 동안 스트레칭과 달리기로 몸을 푼다. 

정경수 지음, 《혼자의 기술》, (큰그림, 2018), 264쪽


트와일라 타프는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에서 자기만의 시작 의식을 밝혔다.

“ 매일 새벽에 잠이 덜 깬 채로 헬스장에 가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운동하기 싫은 날이 많다. 하지만 나만의 시작 의식 덕분에 운동을 미루고 누워서 잠에 빠지는 일은 없다.”

여기서 트와일라 타프의 시작 의식은 무엇일까? 

1.  매일 5시 30분에 일어나기

2. 연습복 입기

3. 택시 타고 헬스장 가기

4.  헬스장에서 2시간 동안 몸을 풀기


그녀의 시작 의식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헬스장에서 2시간 동안 몸을 푸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시작 의식은 '택시 타고 헬스장 가기'다. 거창한 시작 의식을 기대한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 헬스장에 가는 것을 시작 의식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택시 타고 헬스장 가는 것이 트와일라 타프의 시작 의식이다.

  

운동선수들은 규칙대로 하면 에너지가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러 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지킨다. 반복적인 일에 순서와 형식을 정하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일상적인 일에 규칙을 정하고 습관이 되면 실천하는 데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때문에 중요한 일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규칙을 정해놓고 지킨다. 규칙대로 하면 에너지가 적게 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만든 규칙에 얽매이면 징크스가 되기도 하지만, 반복적인 일상에 규칙을 정해놓으면 순서와 형식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천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다음에 할 일을 고민하고 그로 인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간다. 직장에서 담당자를 정해두는 것도 일종의 규칙이다. 담당자를 정해두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특히, 고객 이메일에 그날 답장 보내기, 일기 쓰기, 식사 후 바로 설거지 등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 당장 끝내면 홀가분한 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규칙을 정해두면 하기 싫어도 하게 되고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참고문헌

로라 스택 지음, 조미라 옮김, 《적게 일하고 많이 성취하는 사람의 비밀》, (처음북스, 2013), 71쪽

박상곤 지음, 《변화의 기술》, (미래와경영, 2009), 179쪽

정경수 지음, 《혼자의 기술》, (큰그림, 2018), 264쪽

정경수 지음, 《계획 세우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8), 69~71쪽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을 관리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시간의 개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