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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Mar 16. 2020

디지털 환경이 바꿔놓은 세 가지 읽기 방식

 '읽기'는 자기주도학습의 출발점이다

《공부머리 독서법》을 읽고 있습니다.

다 읽은 건 아니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앞부분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보고서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라는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서 사교육의 효과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가장 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다가 중등 3학년 시기가 되면 사실상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은이는 진학하는 단계별로 우등생이 감소하는 이유를 사교육에서 찾았습니다.

사교육의 효과가 '교과서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서비스'라는 본질적 특성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교육을 받으면 읽고 이해할 필요가 현저히 줄어드는 데 그 이유는 학원에서 선생님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푸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설명을 보고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한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습할 내용이 적고 단편적이어서 설명을 듣고 공부하는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고학년이 되면 학습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주요 과목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틀린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시 설명하려면 사교육을 받아야 할 시간이 많이 들어서 초등학교 시절과 같은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읽기는 근원적인 학습의 방식이고, 앞으로도 읽기는 공부의 시작입니다. 



학생이 진학할수록 사교육의 효과는 한계가 드러난다. 초등학교 때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운 이유는 '읽기'에 있다. 

성인은 어떨까? 성인은 학생과 비교해서 시험을 덜 보거나 아예 시험을 보지 않는다. 졸업해서 취직한 후에 공부와 담을 쌓고 책은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부하지 않는다고 정보를 습득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해가 갈수록 독서량, 읽은 책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책 외에 다른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책을 읽어야 지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동영상, TV 교양 프로그램, 뉴스 등 지식을 얻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여러 가지 경로로 콘텐츠를 보고 들으며 배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다. 책을 읽으면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을 얻는 반면, 인터넷에서 읽는 글과 짧은 동영상은 핵심만 전달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정보만 얻는다는 주장도 있다.


책을 읽든, 읽지 않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독서와 학습(공부)이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니컬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짧은 글들이 연결된 하이퍼텍스트는 조각처럼 파편화되어 있어서 하나의 글에 침잠하지 못하고 짧은 글을 점프하듯 옮겨 다닌다고 했다. 그는 얄팍한 읽기 습관을 구글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라고 단언했다. 파편화된 글을 읽으면 우리 뇌 구조 자체가 바뀐다고 경

고했다.


미디어 전문가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 기술이 사용자에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술 결정론을 주장했다. 책에서 정보를 얻었던 과거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현재와 미래에 글을 읽는 행동 패턴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읽기를 거스를 수는 없다. 전통적인 책 읽기는 눈으로 읽거나 소리 내서 읽는 묵독 또는 음독이었다. 


책을 읽는 것만 제대로 된 읽기이고 콘텐츠 읽기는 기계적인, 피상적인 읽기라는 주장은 낡은 주장이 될 것이다. 어떤 콘텐츠든지 필요한 내용, 핵심을 찾아내서 성과를 만들면 된다.


디지털 환경이 바꿔놓은 읽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다중 읽기(multiple reading)
둘째, 소셜 읽기(social reading)
셋째, 증강 읽기(augmented reading)

이재현 지음, 《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첫째, 다중 읽기는 여러 텍스트를 넘나드는 읽기다. 인터넷에서 검색 결과를 볼 때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클릭해서 두세 개 이상의 검색 결과를 한꺼번에 읽는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첫 페이지부터 차례대로 읽지만 인터넷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여러 콘텐츠를 한꺼번에 읽기 때문에 겉핥기 식으로 읽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책을 읽고 학습한 지식과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서 얻은 정보는 선형적으로 몰입한 읽기와 비선형적으로, 일시적으로 주의를 기울인 읽기라는 차이만 있을 뿐 지식과 정보의 질은 같다.

둘째, 소셜 읽기다는 독서토론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글을 읽기 전과 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과 배경지식을 얻는다. 아마존 킨들의 파퓰러 하이라이트(Popular Highlights) 기능은 다른 사람들이 밑줄 친 부분을 보여준다. 같은 곳에 몇 명이 밑줄을 그었는지도 알려준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헌책을 읽다가 다른 사람이 밑줄 친 내용에 주목하면서 공감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증강 읽기는 텍스트 위에 참고 또는 추가로 알아야 하는 내용을 함께 읽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개념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포스트잇에 적어서 해당 페이지에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에서 개념 설명이 필요한 텍스트에 링크를 연결하거나 마우스를 올리면 주석이 보이는 기능은 증강 읽기를 현실로 구현한 것이다.


과거에 책을 읽던 방식이 제대로 된 읽기이고 지금의 읽기는 기계적인, 피상적인 읽기라는 주장은 일부 납득이 가는 면도 있지만 읽기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얼마 못 가서 낡은 주장이 될 것이다.

읽기의 효과는 실천과 활용으로 나타난다. 읽은 책의 수와 상관없이 어떤 콘텐츠에서든지 필요한 내용, 핵심을 찾아내서 성과를 만들면 된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직장인과 사업가는 처음 보는 문서, 콘텐츠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읽기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책, 신문, 문서, 동영상, 다양한 유형의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아내서 이해하며 읽고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을 읽는 기술이다.



출처

정경수 지음, 《핵심 읽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9), 21~23쪽

참고문헌

이재현 지음, 《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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