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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Mar 23. 2020

이해(Understanding)에 관한 정확한 이해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해’에 관해서 이해해야 한다

예술 작품을 보는 눈이 없는

추상적인 현대 미술 작품을 한참 보고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술관이나 전시장에 갈 때는 도슨트 시간에 맞춥니다. 설명을 들으면 작품을 이해하기 수월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책, 잡지, 뉴스, 인터넷 강의도 그림처럼 이해하지 못하면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어떤 콘텐츠든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지식으로 남습니다.  


읽기와 지식 사이에 ‘이해’가 있다. 읽고 이해해야 지식이 된다. 읽는 즉시 바로 이해가 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글, 그림, 영상을 모두 이해의 대상으로 보고, ‘이해한다라’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해는 세 종류로 구분한다.

첫 번째 이해는 잡다한 내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 학문의 기초는 분류와 분석이었다.

두 번째 이해는 논리적인 이해다. 시간의 흐름, 순서, 인과관계 등의 일관된 흐름을 찾아내서 이해하는 것이다. 일관된 흐름을 ‘체계’라고 한다. 체계적으로 설명한 글을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 머리가 논리에 따라 이해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해는 지식을 내가 아는 것으로 바꿔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자기 경험에 빗대서 생각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경험한 것, 즉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면 배우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다.


책을 좋아하고 소설, 에세이, 산문 등의 문학작품을 즐겨 읽는데 보고서, 연구자료 등의 글은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줄거리가 있는 글은 재미를 느끼고 쉽게 이해하는데 다른 분야의 글은 그렇지 않아서 읽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예외로 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즐기기 위해서 읽는다.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서 읽지 않는다.


유희를 위한 읽기와 학습을 위한 읽기는 다르다. 소설은 막힘없이 잘 읽는 사람이 학습 또는 연구 목적으로 쓴 글을 읽을 때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소설은 잘 읽으면서 보고서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을 ‘문서 난독증’에 걸렸다고 말한다. 이유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고 핵심을 정리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보고서, 제안서처럼 단락마다 흐름이 끊기는 문서와 연구 자료는 아무리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전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계속 읽기가 어렵다. 목적을 가지고 읽는 문서는 단락이 끝나면 내용을 요약하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하면서 무엇을 이해했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소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주의를 기울여서 핵심을 파악할 필요가 없다. 소설 속 주인공이 질문하더라도 답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지 못했거나 일부 내용을 몰라도 상관없다. 계속 읽으면 된다.


어제 본 야구 경기 기사를 오늘 읽으면 경기 내용을 알고 있어서 기사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5~6세 어린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어학자 도야마 시게히코는 알파 읽기와 베타 읽기로 구분했다.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기가 알파 읽기다. 내용과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가 베타 읽기다. 알파 읽기의 예는 어제 본 야구 경기의 기사를 오늘 읽는 것이다. 경기 내용을 알고 있어서 기사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베타 읽기는 5~6세 어린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의미를 모른다. 알파벳을 배워서 읽을 수는 있지만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의 읽기다. 의미를 모르는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수영을 못하는 아이를 바다에 던진 것과 같다.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문지영 옮김, 《나는 왜 책 읽기가 힘들까?》, (다온북, 2016), 106~107쪽


알파 읽기가 기본 수준의 읽기라면 베타 읽기는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한 읽기다. 여기서 알파와 베타는 별다른 뜻이 없다.

두 종류의 읽기를 구분하기 위해서 알파와 베타로 표현했을 뿐이다. 읽는 목적이 새로운 지식의 추구라면 베타 읽기를 지향해야 한다. 학습을 위한 읽기의 목적은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글자만 읽고 어렴

풋이 이해한다면 글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 어떤 글이든지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자기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서 해석하고 자기 생각을 보태야 한다.


글쓴이의 의도와 읽은 사람의 해석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글을 읽고 모두 이해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100퍼센트 이해했다고 느끼는 것은 글쓴이의 의도를 70~80퍼센트 이해하고 나머지는 자기 생각으로 채운 상태다. 

보고서, 제안서, 전문서적은 70~80퍼센트 정도로 이해하면 베타 읽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정경수 지음, 《핵심 읽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9), 24~26쪽

참고문헌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문지영 옮김, 《나는 왜 책 읽기가 힘들까?》, (다온북, 2016), 106~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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