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전달자 정경수 Apr 01. 2020

계획하는 시점과 실천하는 시점의 자아와 가용 에너지

인간에게는 기대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가 있다.

벚꽃이 활짝 피는 시기입니다.

저희 집 앞 공원에는 햇볕이 잘 드는 곳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해서 오늘은 거의 다 활짝 피었습니다.

그런데, 꽃놀이를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왔네요.

때가 때이니 만큼 출퇴근 길에 지나가면서 꽃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꽃놀이 계획은 세우지 못해도 이 시기가 지난 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실행할 시점에 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습니다. 


일이든 여행이든 계획을 세울 때는 즐겁다. 계획한 대로 실행하려고 하면 그때부터 미룰 핑계를 찾는다.

계획하는 시점과 계획을 실천하는 시점, 

두 시점에 우리의 자아는 두 개로 분리된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 두 개의 자아로 분리되는 경우는 이렇다.

인간에게는 ‘기대하는 자아(anticipating self)’와 ‘경험하는 자아(experiencing self)’가 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무료 저녁 식사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상품권을 보내주면서 예약을 해줄 테니 언제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물어보면 당장 가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료 저녁 식사에 당첨된 사람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평균 1주일 이상 기다리고 싶어 했다. 이것이 ‘기대하는 자아’다. 

예약한 날짜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실제로 식사를 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음식을 그냥 입에 넣는다. 이것이 ‘경험하는 자아’다. 

기대하는 자아는 음식의 맛, 함께 식사하는 사람, 레스토랑의 분위기만 상상하고 실제로 일어날 일은 걱정하지 않는다. 반면, 경험하는 자아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온몸으로 겪는다. 


계획은 기대하는 자아가 세운다.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의 주체적인 힘을 느끼고 계획대로 진행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계획을 세우는 기대하는 자아는 목표에 집중해서 마치 목표를 이룬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중요하다. 누가 시켜서 세우는 계획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세우는 계획은 강한 의지를 만들어주고 설렘과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기대하는 자아는 목표에 집중해서 마치 목표를 이룬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목표를 이룬 것 같은 그 기분을 실행하는 시점까지 끌고와서 에너지로 치환해야 한다.


둘째, 가용 에너지의 양에 관한 문제다. 계획할 때 에너지와 실행할 때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이 다르다. 이런 현상을 ‘하이퍼볼릭 디스카운팅(hyperbolic discounting)’이라고 한다. 

계획을 세우는 현재와 실행하는 미래 시점에 가용 에너지의 양을 다르게 적용한다. 하이퍼볼릭 디스카운팅 개념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다. 


운동하는 노력에 대한 비용은 지금 발생하고 혜택은 미래에 발생할 예정이다. 미래에 몸짱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서 몸짱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몸짱이 되기 위한 현재의 노력과 미래에 얻는 혜택에 각각 다른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런 이유로 굳은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워도 막상 실행하려는 순간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포기하거나 뒤로 미룬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 운동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후회한다. 그리고 똑같은 계획을 다시 세운다. 이렇게 계획과 미실행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밥 니스 지음, 김인수 옮김, 《습관의 경제학》, (라이팅하우스, 2016)


운동할 시간이 다가오면 지금 현재 노력해야 하고(비용 발생) 현재 발생하는 비용은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혜택은 미래에 발생할 예정이므로 50퍼센트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렇게 미래에 할 일(운동)과 결과(혜택)에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행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힘들어하며 미루고 또 계획을 세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결국 미룬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 계획을 세울 때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된다. 왠지 몸이 찌뿌둥한 것 같고 한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얼굴 한 번 보자는 문자가 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운동선수가 훈련하기 전에 루틴을 만드는 것처럼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찾는다. 둘째, 실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준비하고 미루는 핑계와 갑작스러운 일이 끼어드는 것을 최소화한다.

일이든 공부든 실행하려면 오직 그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책상 정리도 집중하기 위해서 준비 과정에서 하는 일이다. 


운동선수들은 본격적으로 운동하기에 앞서 근육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을 한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시간은 상당히 길다. 준비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이완시키고 어제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 정신을 가다듬는다. 오늘 훈련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 실수를 보완하는 방법까지 생각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하기 위한 마음의 자세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준비운동의 효과다. 꽃꽂이나 다도를 시작하기 전에 예법에 따라 도구를 준비하고, 서예를 하기 전에 먹을 가는 것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 단계다.

김종민 지음,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삼진기획, 1999), 181~182쪽


실행은 구체적인 계획보다 중요하다. 충분히 생각해서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계획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계획할 때와 다르게 실천할 때 가용 에너지가 없어진다면, 계획을 너무 완벽하게 세우기보다 실천하면서 계획을 보완하는 편이 낫다.



출처

정경수 지음, 《계획 세우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8), 106~108쪽, 201~202쪽

참고문헌

밥 니스 지음, 김인수 옮김, 《습관의 경제학》, (라이팅하우스, 2016)

김종민 지음,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삼진기획, 1999), 181~182쪽

매거진의 이전글 원칙과 이론이 필요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