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이며 동시에 확신에 찬 의견을 보여준다.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해서 국회가 잘 돌아가게 하고, 동시에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뉴스에서 밤새 당선 소식과 경합을 벌인 지역의 개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로구에서 인천 지역 당선자들이 1호선 지하화 사업을 한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내년도 국토교통부 사업으로 ‘도시재생과 철도시설의 효율적 연계방안’ 연구용역비 10억 원이 새롭게 편성됐다”라는 보도자료를 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4월 12일에 릴리스한 보도자료니까 아마도 선거를 의식해서 내보낸 기사라는 생각도 들고, 인천까지 가는 1호선을 지하화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필요한 사업이라면 해야 하는 게 맞죠. 좌우로 편으로 나눠서 대립하기보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뉴스에서 제 눈에 들어온 건 '연구용역비 10억 원'입니다.
국토 개발과 관련한 연구용역은 개발 전 수년 혹은 십수 년 전부터 수 차례 연구와 보고를 거듭하고 수십 년 이후의 인구통계와 사용률, 편의성 등을 예측합니다. 그래서 용역비로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실제로 지하화 공사를 하기까지는 10억 원 정도의 연구 용역을 아마도 수십 차례 할 겁니다.
그만큼 보고서 쓰기가 어렵고,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미래 시점에서는 보고서 내용이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측을 100% 과학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측 보고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에 기초해서 '이럴 것이다'라고 '값'을 제시하는데 그 '값'에는 작성자 의견(정확히 말하면, 용역을 발주한 주체의 의견)이 반영되어 믿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쓰는 보고서는 지금까지 이랬으니까 이럴 것이다, 라는 의견보다 숫자로 의견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보고서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쓴다. 보고서의 숫자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수단이며 동시에 확신에 찬 의견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고서는 숫자와 이미 일어난 사실만 보여주는 문서가 아니다.
사실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쓰고 주관적인 의견 또는 주장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보고서의 숫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주장과 의견·제안이다. 현재 상황과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다음, ‘무엇을 어떻게 왜 하겠다’ , ‘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넣는다.
주관적인 의견 없이 사실만 나열한 보고서는 가치가 없다. 의견과 주장을 넣고 정량적인 자료로 뒷받침한다. 완벽한 보고서를 쓰려는 사람은 완벽을 추구한 끝에 단순히 사실만 나열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완벽을 기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하겠다는 결론, 즉 주장이 명확한 보고서가 더 가치 있다.
사실·의견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숫자를 사용한다.
다음 예를 살펴보자.
“매출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 매출의 47퍼센트 수준으로 하락했다.”
‘상당히 많이 ’는 추상적인 표현이다. ‘47퍼센트’는 구체적인 표현이다.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즉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매출이 줄어든 원인을 객관적인 사실과 함께 보여줘야 한다.
현재 상황과 그렇게 된 이유를 함께 정리하면 숫자는 완전한 역할을 한 것이다.
“비용이 늘어나서 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다.”
‘큰 폭’을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하고 이익이 줄어든 이유를 사실과 함께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결산 보고서에서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인건비에서 17퍼센트, 재고관리에서 21퍼센트, 마케팅 효율이 12퍼센트 감소하여 전년도 신상품 출시보다 비용이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수익은 35퍼센트 줄어들었다.”
보고서에서 사실을 보여주는 부분은 설명 형식을 취한다. 매출, 이익 등 현황을 설명하는 자료는 반드시 숫자로 표시하고 전년도 같은 기간, 유사 상품·서비스 출시 등과 비교해서 증가와 감소를 나타낸다.
‘상당히 증가했다’ , ‘매우 감소했다’처럼 양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는 문장을 쓰면 안 된다. 이렇게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자료를 ‘상당히’ , ‘매우’ 등의 표현과 함께 쓰면, 이 보고서를 참고하거나 업데이트해서 쓰는 보고서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다시 쓸 확률이 높다. ‘상당히’ , ‘매우’ 등의 표현보다 그래프와 통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래프, 통계를 분석해서 글로 정리한다.
숫자가 많이 나오는 보고서는 가장 큰 값, 작은 값, 상승 또는 하락 폭 등 의미 있는 숫자는 따로 설명한다.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고 원인을 분석한다. 그래프, 통계를 이용해서 정량적 자료를 보여주고 작성자 의견을 넣는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꼭 확인해야 하는 숫자를 강조하고 핵심 지표에 집중하도록 내용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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