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그냥 무의식에 맡겨라
코로나 19 때문에 2월부터 교육과 행사가 취소되고 축소되어 제 일상은 단조롭게 돌아갑니다.
오전에 할 일을 정리하고 매일 해야 하는 몇 가지 관리 업무를 하고 브런치에 올릴 글을 정리합니다.
외근과 바쁜 일이 없으니 요즘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올해 쓰려고 계획한 원고를 쓰고 새로운 기획안을 만들려고 자료를 검색하고 필요한 자료를 다운로드하여서 정리하며 읽습니다.
저녁에는 일찍 퇴근에서 밥을 먹고, 읽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책을 읽습니다.
초저녁에 한 시간 정도 잠을 잡니다. 그리고 새벽 2~3시까지 TV를 켜놓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합니다. TV를 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백색소음 기능으로 이용합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일과 덕분에 매일 자료를 찾아서 읽고, 책을 읽으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문득문득 나옵니다.
이전에는 마감일까지 기획안을 정리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고민 고민했는데,
지금은 밤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니 이보다 좋을 순 없네요.
이것도 코로나의 역설인가 봅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네 단계를 거쳐서 완성된다.
첫째, 준비 단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갖는다. 여기서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 또는 현재 하는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다. 준비 단계의 목적은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현재 상황을 분석한다. 그러면 아이디어 발상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둘째, 부화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숙성한다. 문제의식을 가지면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서서히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의식·무의식으로 이루어진다. 종이에 쓰면 아이디어를 의식 영역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된다. 아이디어를 내려고 애써 생각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의식적인 노력을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발상 단계에서 번쩍하고 생각이 떠오른다. 무의식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의식적으로 정리한 생각과 결합한다. 이 과정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노력한다고 아이디어가 빨리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유레카의 순간 ’이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매우 기쁘고 홀가분한 감정을 느낀다.
넷째, 검증 단계에서 정말 실행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유레카의 순간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검증하고 실행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런 다음 실행 계획을 세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네 단계는 모두 의미가 있다. 한 단계도 건너뛸 수 없다. 결정적인 단계는 아이디어가 형성되는 부화 단계다. 준비 단계에서 많은 자료를 검토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이 높다. 부화 단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긴장을 풀고 문제에서 멀어져야 아이디어가 무의식에서 의식 영역으로 넘어온다.
심리학자 제롬 싱어는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창의적인 생각과 문제 해결, 호기심, 의사 결정, 고도의 연상 능력이 발동한다고 확신했다. 이런 상태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공상’이라고 했다.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텍슈트라스 지음, 김현정 옮김, 《발상》, (을유문화사, 2018), 107쪽
인간의 뇌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공상을 하는 동안 아이디어의 단서를 발견한다. 제롬 싱어의 이런 주장은 50여 년 전에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창의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부화 단계에서 생각을 촉진하는 건설적인 공상을 ‘마인드 원더링(Mind Wondering)’이라고 부르며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마인드 원더링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지 않고 긴장이 풀린 상태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생각(잡생각)을 하는 것이다.
“빅 아이디어는 무의식으로부터 나온다.” - 데이비드 오길비
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순간을 기억해보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할 때보다 갑자기 떠오른 적이 더 많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거의 모두 무의식에서 나온다. 무의식 속에 있는 좋은 생각을 의식 영역으로 끌어내려면 문제 또는 자료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충분히 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관찰하고 자료를 수집·분석하면 무의식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과 정보를 뽑아낸다. 그러면 수집한 자료와 지식이 결합과 분해를 반복하며 다양한 갈래의 생각을 만든다. 생각의 조각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무의식의 힘이 발현된다.
무의식의 힘은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나온다. 목욕할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도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운전할 때는 운전 이외에 다른 간섭이 없어서 오히려 긴장이 풀리고 무의식이 작동한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볼 때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무의식이 작동한다.
목욕을 하거나 운전할 때, 차를 타고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보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무의식 덕분이다.
출처
정경수 지음,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원칙》, (큰그림, 2019), 93~96쪽
참고문헌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텍슈트라스 지음, 김현정 옮김, 《발상》, (을유문화사, 2018), 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