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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Feb 26. 2021

[계획 습관] 실행하기에 앞서 구상한다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이라면 여섯 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

직장에서는 혼자 하는 일이 있고 팀원 여럿이 일을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여럿이 결과물을 주고받으며 협업하여 완성하는 프로젝트는 업무 담당자 사이에 일정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다섯 명이 함께 일하는데 첫 번째 담당자가 1~20까지 완료하면 그 일을 넘겨받아 두 번째 담당자가 21~40까지 완료하고 다음 사람, 또 다음 사람이 넘겨받는 식으로 진행할 때, 앞에서 일하는 담당자가 늑장을 부리거나 더 급한 일을 하느라고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빨리 완료해서 넘겨주지 않으면 뒤에서 일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은 조급해진다. 마지막에서 일하는 담당자는 기한을 맞춰야 해서 앞에서 일처리가 늦어지면 답답하기만 하다.         


나는 협업하는 프로젝트에서 맨 마지막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내 앞에서 일하는 담당자는 업무를 넘겨받으면 바로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전 단계 담당자에게 일을 넘겨받으면 문서를 이리저리 넘기며 모니터만 들여다보기만 했다. 문서를 받은 후에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 정도 문서와 모니터만 번갈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구상은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생각이다. 일을 하는 과정, 최적의 방법,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리저리 생각해두는 것이 구상이다.


일을 넘겨받자마자 시작해도 일주일 정도 걸리는 데 하루 정도를 문서를 뒤적거리는 데 썼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그는 나에게 일을 넘겨주기로 계획한 날보다 일찍 일을 끝냈다. 늦어도 반나절 전에 나에게 업무를 전달했다. 그것도 거의 완벽하게. 


내 앞에서 일하는 담당자는 일하는 속도는 보통이었지만 일을 시작하면 다른 직원보다 빨리 끝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것만 빼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직장에서는 일을 하기 전에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행동경제학자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을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때는 공적·사적으로 불가피한 일이 자주 생긴다. 


학생들은 새 학기가 시작하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한다. 사업가, 주부, 모두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새 학기가 끝날 때, 한 해가 끝날 때 계획대로 이루어진 일은 별로 없다. 


개인이 세운 계획만 이런 게 아니다. 전문가와 학자가 치밀하게 수립한 정부의 계획도 일정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축 계획이다. 1957년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건축 계획을 세웠다. 총공사비는 700만 달러, 1963년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실제로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된 것은 1973년이고 총공사비로 1억 200만 달러를 썼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완공에 맞춰서 결혼하기로 했던 커플이 있었는데 오페라하우스가 완공했을 때 이 커플은 이혼한 후였다고 한다.    


직장에서 나에게 업무를 전달해주던 담당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일한 사람에게 받은 문서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그는 모든 일을 그렇게 했다. 

일을 맡으면 즉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먼저 문서를 들여다보거나 모니터를 보면서 ‘구상’을 했다. 구상은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생각이다. 일을 하는 과정, 최적의 방법,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리저리 생각해두는 것이 구상이다. 그는 곧바로 일을 시작하지 않고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을 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느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기에 일을 시작하면 내 예상보다 빨리 끝냈다.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생각하고,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에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과 문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습관이다. 

구상하는 시간을 얼마 동안 가져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구상하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하면, 일을 하면서 구상하게 된다. 그러면서 계획에는 오류가 생긴다. 제대로 구상을 했다고 계획 오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 오류를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구상하는 습관을 들이면 계획이 치밀해진다. 구상해서 세운 계획과 늘 하던 대로 세운 계획은 다르다. 구상하는 시간을 들인 사람이 결과적으로 일을 더 빨리 끝내고 오류도 줄어든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중 여섯 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라고 했다. 빨리 나무를 베야한다는 생각으로 날이 무딘 도끼로 나무를 베면 힘만 들고 나무를 베지 못한다. 무엇보다 도끼를 가는 시간에 어디서부터 나무를 벨지, 나무를 관찰하며 어느 부분을 벨지, 나무를 베서 쌓아둘 장소 등을 구상했을 것이다. 계획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구상해야 동기가 부여되고 일도 더 빨리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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