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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15. 2023

2023.3.15

230314 #일일일그림


공원 지나 문방구 가는 길, 무심코 요쿠르트 카트를 지나치는데 뒤에서 아이들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안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요쿠르트 아주머니만 보면 아주머니가 자기를 보셨든 못 보셨든 꾸벅꾸벅 인사를 해왔는데, 아마 혼자 다니는 길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소리에 카트 아래로 숙이고 있던 아주머니가 몸을 일으켜 알은체를 하셨다. “어, 안녕~ 오늘은 엄마랑 같이 가네? 형이랑 똑같이 입고 가니까 너무 이쁘다.” 얼결에 나도 주섬주섬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는데, 아주머니가 지안이한테 다 들리는 귓속말을 건넸다. 작전을 수행하는 비밀요원의 접선같이, 은밀하게 전하는 “달고나 줄까”.


아이들과 맞댄 머리 사이로 보이는 하얀 비닐봉투 속에는 달고나가 종류별로 와글와글했다. 이게 다 웬 거예요? 눈이 동그래져 물으니, 화요일마다 학교 문앞에 오는 달고나 아저씨가 어제 남은 걸 전부 요쿠르트 아주머니한테 주고 가셨다는 거다. 이야. 인사를 잘하면 자다가도 떡이, 아니 걷다가도 달고나가 생기는구나. 아이들 덕분에 나도 아주머니랑 오랜만에 몇 마디 나눴다. 숫기 없는 엄마가 평생 못해본 일을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한다. 동네 여기저기 인사 잘 하고 눈도장 쾅쾅 찍고 다니렴. 달고나같은 다정한 씨앗을 솔솔 뿌리는 거야.


#1일1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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