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꾸는 뒷마당

이레네 페나치, <정원에서 만나는 세상>

by 숨님

새들이 날아들고 연둣빛 어린 잎이 돋아나는 봄, 세 어린이가 나섭니다. 쇠스랑을 어깨에 메고, 의자랑 공도 챙겨 들고요. 줄기가 굵은 나무 사이에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그늘막을 매달고 주변을 정리하느라 분주합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새집을 만들고, 닭과 토끼를 키웁니다. 작은 연못에 난 풀도 뽑고, 가져온 모종을 심고 물도 주고요.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어린이들을 구경하고, 닭도 토끼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흙을 쪼고 풀냄새를 맡아요. 다친 새의 날개를 고쳐주는 것도 어린이들의 몫이죠. 비 오는 날이면 그늘막 아래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립니다. 재미로 연결해놓은 홈통을 타고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려요.


이레네 페나치의 [정원에서 만나는 세상]은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스케치북 질감의 종이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는 동안 계절의 색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정원에서 지내는 어린이들의 사계절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합니다. 스스로 망치질을 해서 새집을 만들고, 낙엽을 씁니다. 늦가을에는 정원에 펼쳐두었던 아지트의 물건들을 거둬 철수하죠. 모든 일을 세 어린이가 직접 해요.



자연 속에서 스스로 만든 아지트와 그 안에서 각자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멋지게 그려진 이 책은 저의 판타지입니다. 이 책을 펴들 때마다 세 어린이가 못 견디게 부러워지고 말아요. 이런 정원을 갖게 된다면 그 안에서 무얼 할까요? 사계절 내내 함께 바지런히 가꾸고 돌볼 친구들 먼저 모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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