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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1.30

손가락에 힘 주는 걸 어려워하는 편인 둘째. 연필 잡기도 그렇더니 젓가락질도 영 어려워해서 2학년 때도 내내 교정용 젓가락을 사용해 왔다. 나 역시 젓가락이 서로 X자로 교차되는, ‘올바른’ 젓가락질이 아니라서 어찌 가르치지도 못하고 젓가락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 있곤 했는데, 지난 설 연휴에 우리 아빠가 팔을 걷고 나섰다. 아니, 이렇게 이 손가락으로 여기를 받치라고! 그렇지! 아니 그게 아니고! 삼십 분 정도 할아버지 방에서 젓가락으로 지우개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한 지안이는 상기된 뺨을 하고 가짜 하품을 하며 나왔다. 젓가락은 보기도 싫다는 듯 손으로 배를 집어 먹었다.


아무리 생일이 늦다 해도 한 달 후면 3학년이 되는데 싶어 교정용 젓가락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한쪽으로 치워 둔 게 지난 주. 2월부터는 진짜 쓰레기통으로 바이바이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 번의 끼니가 지나고, 몇 번의 찍어 먹기와 수십 번의 잔소리(젓가락은 두 개가 한 세트야 지안아)를 지나 드디어 어제, 지안이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넣는 데 성공했다! ‘올바른’ 젓가락질은 아니었지만, 자기만의 요령으로 젓가락질에 성공한 지안이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했다. “엄마! 이거 봐요 또 집었어요. 사진 찍어요.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겠다!” 기다리던 때를 비로소 맞이한 사람이 짓는 안도와 기쁨, 만족과 자부심 같은 것이 반짝반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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