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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2.1

부모님과 남편, 아이들과 함께 북촌과 인사동에 다녀왔다. 함께 걸을 때 아빠 자리는 거의 항상 우리 앞이다. 특히 북촌, 인사동, 광화문, 북창동 일대는 아빠의 손바닥 안이나 다름 없다. 망설임 없이 앞으로 쭉쭉 가시는 뒷모습이 어찌나 군더더기 없는지, 등에 ‘단호’라고 써붙인 건 아닌가 싶어 눈을 끔뻑거리며 따라간다. 한편 편의점에도 들르고 싶고, 비둘기도 쫓아가야 하고, 호떡도 먹고 싶고, 돌이 있으면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아이들은 뒤에서 맴맴 도는데, 특히 둘째 녀석은 길을 곧게 걸으면 다리에 쥐라도 나는 건지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툭하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통에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고개는 두리번거리며… 아아 정신없다.


제법 바람이 차기에 들어간 전통찻집은 입구부터 짙은 계피향으로 꽉 들어차 있었다. 중정을 지나 안내받은 안채 한쪽 온돌 바닥에 앉아 생강차를 마시자니 노곤노곤 뺨부터 붉어졌다. 나무 탁자 저편 우리 엄마는 둘째랑 마주보고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할머니를 따라 턱을 괴고 마주 보고 있는 둘째 옆모습에 장난기가 드글드글하다.


오늘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하루. 더 많이 같이 다니면서 보고, 먹고, 마시고, 걷고 싶다. 다음엔 아빠가 잘 모를 것 같은 동네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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