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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2.3

처음으로 밤에 운동하고 왔다.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덕에 덩달아 평소보다 조금 이른 퇴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집을 나서면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센터 건물 아래 도착해서도 망설였다. 그냥 스벅으로 가버릴까, 책도 챙겨 나왔는데… 참, 수정언니가 KFC에 맥주도 판다고 했는데. 일주일에 두어 번씩 일 년도 넘게 다닌 곳이지만 아직도 데면데면하다. 저녁에 가면 사람 많은 거 아닌지, 기구들(아직도 이름 모르는 게 태반) 하기는 어색한데 사이클에 자리 없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불금이라고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 사람 너무 없으면 그건 또 싫은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백하자면 나는 결국 센터로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찬바람을 맞으며 횡단보도를 한번 더 건너 KFC 앞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 2층의 센터 창문을 노려봤다. 물론 사이클이며 트레드밀 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이런 나 자신에 치를 떨며 어쩔 수 없이 다시 길을 건너 계단을 올라가 센터 문을 밀고 들어갔다는 징글징글한 이야기. 의외로 상쾌하게 사이클도 40분 넘게 타고, 기억을 더듬어 몇 가지 기구도 해보고 덤벨도 수차례 들어보고 30분 정도 소박하게, 도합 70여 분의 시간을 보낸 후 뿌듯하게 귀가했다는 프라이데이 나잇의 일기.


도대체 나는 ‘운동하는 나’를 언제쯤 어색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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