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끝날 시간이 되면 031 번호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엄마, 저 끝났어요. 어디예요?”
“응, 지금 횡단보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게~”
“네, 엄마! 엄마 끊지 마세요!!”
“왜?”
“얘기 더 나누고 싶어요.”
배시시 어린 웃음기가 네 목소린지 내 목소린지. 예상치 못한 때 훅 들어오는 둘째의 애교 섞인 한 마디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늘의 사이클 독서는 사노 요코의 편지 모음인 [친애하는 미스터 최]. 문장마다 음흉하게 큭큭거리다 보니 페달 밟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빈정거리는 투가 최민석 작가의 [베를린 일기] 생각도 나고. 멋진 부분이 너무 많은데 도서관 책이라 사이사이 사진을 잔뜩 찍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