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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2.7

육교 아래를 지나다가 비둘기들처럼 모여 앉아 서로 얼굴은 한번도 안 쳐다보고 폰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요즘 아이들 노는 모습은 대체로 이렇다. 걷고 있거나 서있거나 앉아 있거나 고개와 손의 각도는 대략 저 정도. 한때 휩쓸고 홀연히 지나가나 싶었던 포켓몬 잡는 게임이 다시 아이들 사이에 번지고, 몇 월 며칠에 무슨 포켓몬이 나타난다는 둥, 레이드를 하면 뭘 준다는 둥, 이로치 뭐를 잡아서 좋다는 둥 아이들이 온갖 뻐꾸기같은 소리만 해댄다. 성장속도만큼 빨리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가슴 졸이는 나는 매일 포고, 포고(포켓몬고)하고 찾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퓨즈가 나갈 지경이지만, 거의 모든 아이들이 제 폰을 가지고 다니며 게임하는 와중에 엄마 폰으로 둘이 번갈아 하느라 천천히 레벨업 해가는 형제가 때론 짠하기도 하고. 마음껏 시켜주고 싶다가도 당장 내놓으라고 뺏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나마 시간을 조금 제한한 덕인지 아이들이 역할놀이 하듯 몸으로 배틀하기도 하고, 포켓몬스터 따라그리기 대회를 하다가 떠오르는 영감을 잡아 몬스터를 창조하기도 하며 그러고 논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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