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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2.8

하는 일 없이 바쁜 하루가 오늘도 갔다. 요즘 지나치게 자주 가는 것 같은 도서관에 또 가서 책을 또 빌려 왔다. 노브랜드 가서 과자나 좀 사올까 싶어 노브랜드 매장 바로 뒤에 있는 연주네 아파트 주소를 떠올리며 차를 몰았으나 입구에서는 방문자 확인 없이 차단기가 스르르 올라갔고 노브랜드 매장은 쉬는 날이었다. 괜히 길 건너 맥도날드에 가서 좋을 것도 없는 음식으로 아이들 점심을 해결한 다음 옆에 있는 빵집에 들러 바게트를 샀는데 큰애가 집에 오자마자 바게트 반절을 자르지도 않고 먹어 버렸다. 오후에는 로컬푸드 매장에 처음 가봤는데 우리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데에 상추 한 봉지 800원 하는 곳이 있었는데 오늘에야 처음 가보다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네. 한 단에 5천 원 하는 국화를 사다 식탁 위에 꽂아두니 아이들이 오며가며 엄마 꽃이 참 아름답네요, 했다.


운동 못 간 대신 동네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데 엄마 전화. 등에 담이 왔는지 아파서 꼼짝을 못 하겠다고, 혹 집에 있으면 좀 주물러 달래려고 전화하셨단다. 학원 끝난 둘째와 함께 엄마집에 가서 어깨랑 등을 꼭꼭 눌러 드렸다. 돌덩이같이 딱딱한 승모근 어떻게 풀지. 새로 얻은 줄넘기 스킬을 선보이는 둘째 앞에서 할머니도 이제 이렇게 된다, 하면서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엄마. 다른 쪽 팔의 도움 없이는 아직 힘들지만 수술 직후에 비하면 눈부신 발전이다. 둘째에게도, 엄마에게도 폭풍 칭찬을 겹겹이 쌓고 집에 돌아와 2019년 여름에 찍은 엄마 사진을 찾아 보았다. 아보카도 샌드위치와 커피가 맛있는 도서관 옆 카페는 아이들 학교 간 사이 엄마랑 둘이 도서관 들러 책 몇 권 빌려 종종 들르던 곳이다. 사진 속 엄마가 얼마나 멋지고 예쁘고 분위기 있던지.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릴 수 있을 때까지 매일매일 이를 꼭 깨물고 운동하며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엄마. 더뎌도 확실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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