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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돕고 싶은 마음의 무의식

상담자라면 버려야 할 마음에 대하여

나는 어떤 상담자인가?
나는 지금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할까?
어떤 공부를 해야 더 유능한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어제 저 자신에게 했던 질문입니다. 오늘은 그 질문의 답을 도와줄 내용으로 "상담자가 가질 수 있는 무의식적인 동기"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나는 왜 유능해지고 싶은지? 왜 더 발전하고 싶은지?를 파고들어 가다 보면 제가 가진 무의식적 동기와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의 저자 권석만 교수는 상담자가 가질 수 있는 무의식적인 동기 4가지에 대해 소개하며, 이들을 자각하고 통제하면 건강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아래의 동기를 자각하지 못하고 통제 불가능할 경우 심각한 비윤리적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윤리의식을 지닌 상담자라면 꼭 생각해 봐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 맞는 것 같습니다.

①관음증적 동기_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을 수 있다
②마술사적 동기_다른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마술적인 치료능력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을 수 있다
③지배자의 동기_내담자를 자신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통제하려는 마음이 숨어있을 수 있다
④구원자의 동기_고통받는 사람에게 인생의 빛을 제시함으로써 마치 메시아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을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서 지난 상담 경험 속 저의 마음을 점검해봅니다. 4가지 동기 모두 언뜻 보기만 해도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저는 볼 때마다 놀랍니다...) 지금까지 상담을 하면서 제 안에도 갖가지 동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교묘하게 나타나는 걸 알아차리며, 그럴 때마다 내 안의 무의식을 점검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이를테면 저에게 자주 나타났던 동기는 ②번 "마술사적 동기"입니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지나칠 수 없는 위험한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내 말 한마디로 뿅! 하고 좋아지면 참 좋겠다


내 앞에 힘들어하는 내담자(상담을 의뢰한 고객)가 빠르게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렬해질 때 무의식적으로 위험한 욕심을 부리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유능한 상담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는 이렇게 빠른 치료효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섞여있습니다. 같은 시간과 비용 대비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세션을 운영하는 것이 유능한 심리상담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저의 개인적인 조급함, 즉 상담자의 욕심과는 구분되어야 함을 기억하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내담자 본인이 본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삶의 모양으로 스스로를 이끌어줄 힘이 마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봅니다.

내가 그 사람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나을 수 있는 힘을 회복하는 여정의 곁에 함께하는 한 명의 사람임을 잊지 않는 상담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저 자신에게 말해주며 <나는 상담심리사입니다> 글쓰기 2일 차를 마칩니다.




글: 포클로이(이혜진)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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