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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한두 번 가고 안 가는 이유

상담자의 설명할 의무

선생님이 급하셨나 봐.
더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빨리 끝내려 하길래
그냥 한번 가고 안 갔어


큰 마음을 먹고 심리상담센터에 찾아간 사람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조기 종결 사례가 떠오른다. 그는 왜 한두 번 오고 안 왔을까. 어떤 게 문제였을까.


내담자로서는 심리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나는 좋아질 수 있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하면 되는지? 몇 번을 오면 되는지?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심리상담에 처음 온 내담자라면 더더욱.


게다가 상담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처음 보는 이 사람(내 앞의 상담자)을 믿어도 될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내 이야기를 정말 제대로 듣고 있는 게 맞는지? 내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건지? 수많은 궁금증과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이 단지, 돈/시간/체력의 낭비가 될까 봐 뿐만이 아니라, 큰 마음먹고 용기 내어 찾아가 그 어디에서도 하지 못한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얘기라면 하지 못할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에. 그것을 지금 이 사람에게 해도 되는가?를 판단하는 순간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적인 심리상담에서는
초반 3~4회기 동안 다음의 작업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1) 내담자(상담을 의뢰한 고객)가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증상에 대한 탐색
2) 치료에 대한 내담자의 기대 탐색
3) 긍정적인 치료적 관계의 형성
4) 치료에 대한 구조화(structuring)

특히 4) 치료에 대한 구조화(structuring)는 내담자가 심리상담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는 것 혹은 지금 당장 궁금하지 않더라도, 심리상담 진행에 있어 내담자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주기 때문에 상담자가 초반에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구조화(structuring)
1) 치료 목표
2) 치료 시간 및 기간
3) 치료비
4) 치료과정에서 내담자와 치료자가 지켜야 할 규칙을 합의
5) 종결 및 추수 회기에 대한 설명

내담자가 궁금해하지 않더라도 상담자가 구조화를 신경 써서 제공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떠한 과정에 의해서, 어떠한 목표를 갖고, 상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 지에 대해 큰 그림을 제공한다면 '이렇게 해서 좋아질 수 있겠구나'라는 막연하지만 믿어보고픈 기대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상담자-내담자가 서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작업할 때, 즉 우리의 작업동맹이 차근차근, 단단하게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내한다면, 적어도 심리상담을 한두 번 가고 안 가기로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다음 회기부터는 '왜 상담을 안 받고 싶은지'를 상담자에게 말하고 종결을 선택할 것이다.


말 안 하고 그냥 안 나타나는 일방적 종결보다, 왜 안 가고 싶은지를 상담자에게 전달하고 종결한 상담은 이미 질적으로 다르다. 한두 번 만나더라도 어떠한 관계를 경험했느냐는 이후 심리상담을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우리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



글: 포클로이(이혜진)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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