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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의 민감성

내가 놓친 게 무엇일까?

상담대학원에서 수련받는 과정 중에 '상담자 반응' 수업이 있었다.


내담자의 반응에 도움이 되는 반응, 해가 되는 반응 등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면서 일일이 반응을 잘했나 못했나 체크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담자라면 내담자에게 반응하는 언어 한마디가, 한 번의 눈빛이, 찰나의 숨소리가 모두 자극이 될 수 있기에 상담자가 되고 나서도 자신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상담자 수련에 있어 필수다.




일괄적으로 좋은 반응, 나쁜 반응, 이렇게 딱 나눌 순 없겠지만 내가 더 개발하고 싶은 좋은 반응은 바로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을 '막지 않기'
상담에서만큼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만들기
그래서 지금까지 경험한 세상과는 다른, 대안적인 세상을 심리상담 안에서 경험해볼 수 있도록 조력하기


막상 심리상담에 자발적으로 간다 해도, 쉽사리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얘기해본 적도 없는 이야기, 혹은 빙 돌려서 우회적으로만 표현했던 이야기라면 더더욱 꺼내기가 어렵다. 그 어려움을 상담에서 덜 어려운 것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지금껏 믿었던 세상에 대한 틀이 깨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말해도 큰 일 나지 않네?'
'말하니까 내가 이런 기분이 드네?'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싶었구나'


그렇게 잠시라도 자기와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둔감하게 접촉의 흐름을
끊지 않기를
내담자의 신호를 민감하게 캐치할 수 있기를


그런 상담을 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이럴 땐 민감한 기질로 태어나서 다행이다(프로민감러로서 개인의 삶은 좀 피곤하지만).






글: 포클로이(이혜진)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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