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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한 가득의 삶, 이제 한 박스 남았다.

맥시멀리스트가 미니멀리스트와 살아온 8년간의 심경변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2008년즘, 이삿짐을 1/3로 줄였던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짐을 다 가져올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아래 어쩔 수 없이 못 가져온 것이다.


2015년 결혼을 하면서 한번 더 짐을 줄일 기회가 생겼다. 이미 줄였던 짐이지만,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짐들은 가져가고 싶지 않거나 부끄러운 과거의 추억들. 주로 과거의 사진이나 기록.


그리고 2022년이 되기까지 조금씩 짐을 줄여나갔는데 여전히 미련이 가득 담긴 박스가 나온다. 여전히 맥시멀리스트인 나에 비해 짐을 만들지 말자는 주의인 남편이 베란다 청소를 하다 발견한 마지막 남은 박스를 열어보며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초1 때부터 쓴 일기장이 수십권.....10대 내내 친구들과 주고받은 쪽지와 편지에 도저히 나라고는 알아보기 힘든 사진 수백 장이 남았다.


3년 내로 정리할게!!


나의 짐을 볼 때마다 휘둥그레지는 그에게 나는 야심 차게 말했다. 그리고 이젠 정말 보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억력이 나빠 갖고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 지난 30여 년간 데리고 다니며 한 번씩 '예전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구나' 감상하는 시간도 이젠 거의 없다. 종이에 남겨진 나의 기록이 이젠 낯설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든 남아있겠지. 의미 있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저장되어 있을 것이니 미련을 두지 말자는 생각이 이젠 든다.


그땐 그랬고
지금은 이렇다.


이렇게 점점 같이 사는 그를 닮아가나 보다.




글: 포클로이(이혜진)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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