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출간 예정인 책의 한 꼭지는 "몸"건강에 대해 썼다. 만 34세에 갑작스러운 암 진단, 암수술, 항암치료, 그리고 지금까지 4년째 이어지는 항호르몬 치료까지. 살면서 생각해보지 못한 건강이슈가 생기면서 나의 삶도,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변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치료는 잘 마쳤고, 내 몸을 돌보는 작업이 마음을 돌보는 작업과 다르지 않음을 배우면서
꾸준히 회복 중이며, 그 어느 때보다 내 몸의 컨디션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또한 상담심리학 덕이 크다. 마음 돌봄을 어느 정도 학습했기에 몸돌봄도 늦었지만 빠르게 적응해나갈 수 있는 회복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최근에 나를 따라다닌 불안은 '남편의 건강'이다. 건강한 그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한 건 그의 건강검진 이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부터다. 생각보다 늦어지는 결과를 기다리면서 '잘 나오겠지?'보다는 '혹시 어디가 안 좋으면 어떡하지?'가 내 마음에 불쑥불쑥 올라왔다.
결론적으로 그는 또래보다 건강(특히 38세 남성인 그의 심뇌혈관 나이 37세)하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며 기뻤던 나의 마음은 당분간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로 이어졌고, 이는 곧 앞으로도 그에게 기댈 수 있겠다는 이기적인 마음과 연결된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도 기대고 싶고, 가능하면 나도 그가 계속해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평소처럼 평온한 표정의 그를 보며 아이처럼 신나서 말했다.
담배를 끊으면 34세까지 심뇌혈관 나이를 줄일 수 있대!
정신분석에서는 중년기의 신체변화를 정신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은 쉽지도, 유쾌하지도 않기에 고통스럽기까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젊은 몸과 이별하는 과정에 대한 상실감, 노화를 거부하려는 소망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중년의 신체를 조금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중년기의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를 가꾸고 돌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상담심리사로서는 또 어떤 표준적인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을지? 또 하나의 연구 흥미가 생겼다. 그 답을 풀어가는 중년기의 시작, 마흔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