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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엑셀과 브레이크

우울 공감심리에세이《나의 F코드 이야기》, 이하늬 작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 《나의 F코드 이야기》의 저자 이하늬는 일과 연애에서 자신의 쓸모를 찾았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불안정했던 연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내 연애는 대체로 가볍게 시작된다. 딱히 마음이 가지 않아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단 만나고 본다. 상대를 향한 내 마음보다 나를 향한 상대의 마음이 더 클 때,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좋아해주었다. 나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나라는 존재 자체가 가치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일까. 나는 잘 헤어지지 못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해서 만나게 됐는데 나중에는 내가 매달리는 꼴이 되곤 했다. 혹은 헤어지고 싶지만 상대가 주는 애정 때문에 관계를 연명했다. 애정의 크기는 처음보다 줄었지만 그거라도 받고 싶었다. 헤어지면 아무것도 못 받으니까 <중략> 내게 연애는 나의 쓸모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P. 218-219《나의 F코드 이야기, 이하늬, 심심》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에게 목을 매고 사랑을 퍼붓는다면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왠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에 으쓱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어디까지 너를 시험해도 너가 나를 좋아할테냐? 하는 마음이 끝도 없이 엑셀을 밟는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진 관계에는 어김없이 문제가 생긴다. 상대방이 지치기 시작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참기만할 수는 없다. 그 사람도 불안하고 이 사랑을 지키고 싶어서 참았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엔 불안보다 참았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이별이 찾아온다. 그것도 나를 죽어라 사랑한다고 매달리던 사람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는 걸 들으며 지옥을 경험한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일을 통해,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의 쓸모를 확인한다. 애초에 나의 쓸모를 확인받고 자랐다면 지금 와서 이럴 필요는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다. 지나간 과거야 어찌할 수 없으니 우리는 지금이라도 우리의 쓸모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자신의 쓸모를 어디에선가 찾는 순간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그토록 원했던 본능같은 것이니까. 그 때 잠시 멈춰 나를 바라보면 좋겠다. 내가 바랐던 존재가치를 느끼는 순간, 조금만 침착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 이 느낌이 너무 좋구나
나는 내가 쓸모있다 느껴지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


내 마음이 무엇이라 말하는 지 들어보자. 그리고 그 마음을 충분히 느껴보자. 내가 바라는 건 갑을관계의 사랑도 아니고, 번아웃으로 치닫는 일이 아니다. 내가 진짜로 바라는 건 쓸모있다 느껴지는 자기가치감이다. 그리고 나는 가치있음이 확인되었다. 그것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내가 그 느낌이 좋아서 엑셀을 밟았구나를 인식할 수 있다면, 브레이크 또한 밟을 수 있다. 내가 내 마음을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커질 수 있다.



글: Chloe Lee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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