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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어른의 나이라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어리고 여전히 아이같은 마음이 느껴지는데



11월 20일이라니. 벌써 11월이 다 갔다. 아니, 벌써 2021년이 다 가고 있다.

2022년보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될 내가 궁금하다. 갑자기 마흔으로 변신하는 건 아닐테지만, 마흔, 사십대의 느낌을 느껴보고싶다. 삼십대를 보내는 서운함보다는 사십대를 맞이하는 설렘이 조금 더 크게 느껴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


스물아홉의 나를 돌이켜보면 두려웠던 내가 기억난다.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감정이 증폭되었을 수도 있기에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오늘'을 찾아보니 내 기억이 얼추 맞다. 그만큼 강렬한 두려움을 느꼈다. 30대가 되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느낌

야망 많은 나는 이뤄놓은 거 하나 없는 나를 보며 초조해했다.

이뤄놓은 것도 없었지만, 대비해놓은 것도 없고, 주변에 30대의 삶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없었다.(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만큼 나의 20대가 불안정했다.


매일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넘어지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넘어지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일터에서는 초 단위로 넘어지고, 이 세상을 두려워하며 그런 나를 나약하다고 미워하기 바빴던 20대였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스물아홉이 된 나는 앞날이 두려울만 했다.


서른아홉은 다른 느낌이다


스물아홉 때와는 달리 넘어지는 일이 드물다. 잠시 삐끗했다가 다시 바로 서는 정도가 자주 보인다고 해야할까. 삐끗했을 땐, 삐끗한 내 발목을 풀어주기 위해 잠시 멈춰설 지혜도 내 안에 생겼다. 성격 급한 내가 빨리 가는 것보다는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닫는 30대를 보냈다. 그래서 40대를 눈앞에 둔 지금의 나의 느낌은


준비되었어요


어떤 파도를 만날 지,

또 어디서 얼마나 크게 넘어질 지 알 순 없지만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배웠던 30대였다.


여전히 아이같은 마음, 철딱서니 없는 원초아(id)가 날뛸 때도 많지만

30대 내내 갈고닦은 나의 자아(ego)가 나의 본능을 잠재워준다. 달래주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나 자신에게 조금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진 나로 마흔을 맞을 준비가 얼추된 듯하다.



나의 서른아홉, 어른의 나이라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델고살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은 정도는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글: Chloe Lee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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