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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Dec 03. 2019

유럽 마녀들의 본거지, 하르츠 산맥으로 여행을 떠나다

독일 소도시 여행 "베르니게로데(Wernigerode)"

'마녀'는 그 단어만으로도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독일 마녀 본거지로 꼽히는 "베르니게로데"는 하르츠 산맥 북쪽 기슰에 자리한 아주 작은 마을로, 전형적인 독일의 중세 시골을 느껴볼 수 있다. 독일 전설에 의하면 매년 4월 30일 밤이면 마녀들이 베르니게로데 인근 브로켄 산에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이를 '발푸르기스의 밤'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마녀를 쫓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고 밤새 축제를 즐겼고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하게 천사보다는 마녀에 끌려..
이번 여행은 베르니게로데.. 너로 정했다.
문득 코나의 <마녀 여행을 떠나다> 노래가 떠올랐다.


하르츠 산맥 북쪽 기슭에 위치한 베르니게로데는 행정구역 상 작센 안할트주에 속하기 때문에 라이프치히에서 작센 티켓(작센주, 작센 안할트주, 튀링엔주 이용 가능)으로 이용 가능하다. 작센 티켓은 RE지역기차, S반, 트램 이용이 가능하고 초고속 열차인 ICE, IC는 불가다. 라이프치히에서 S반을 타고 할레로 이동, 할레에서 다시 베르니게로데로 향하는 기차를 갈아탔다.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역 앞에 있는 이 공원을 가로지르면..


독일에서 처음 보는 핑크핑크한 집과 함께.. 잔망스러운 얼굴의 도심이 고개를 내민다.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는 핑크 호텔도 나란히 등장한다.


크렐의 대장간(Krell'sche Schmiede)




베르니게로데 시가지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크렐의 대장간.
무려 1678년부터 지금까지 대장간이 이어지고 있다. 말머리는 이 대장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이 공간은 마치 <세계테마기행>같은 다큐멘터리의 한 챕터였다. 400년넘게 한자리를 지켜 온다는 것은 실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일 년에도 몇 번씩 상점들이 바뀌는 요즘이기에.. 더 감동적이었다.

거칠지만 섬세한.. 대장장이의 손길에서 빚어 나온 물건들이 참 고매해 보였다.
오랜 세월, 오랜 손길, 오래될수록 켜켜이 쌓이는 자부심.. 그런 오래된 것들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브라이테 거리 (Breite strasse)


크렐의 대장간을 지나면 본격적인 베르니게로데의 브라이테 거리가 시작된다.  베르니게로데는 특별히 뭘 한다기보다 독일의 전통적인 목조 가옥들을 보며 걸어보는 것에 재미가 있다. 한 걸음 걷는 순간순간이,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이다.바로 옆에 있는 마을 크베들린부르크와 비슷한 느낌인데.. 규모 면에서 좀 더 크고 활기차면서 건물들이 여성스럽다. (보통 하르츠 인근 3대 도시로 크베들린부르크, 베르니게로데, 고슬라르를 함께 여행하기도 한다.)


베르니게로데 시청


"예쁨주의"의 백미는 <시청>이다.
독일에서 아름다운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건축적 미학을 보여준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 결혼식이 있었나보다. 웨딩카가 행복한 신랑/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시청 앞에 있는 이 황금빛 분수다. "후원자의 분수"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데, 도시에 기부를 한 귀족이나 상인들의 이름을 명패로 만들어 분수에 걸어두었다.
지금도 통 큰 기부를 하면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시청 한 켠에는 시티투어를 할 수 있는 말들도 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냄새는 책임 못 진다.)



베르니게로데성


베르니게로데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베로니게로데성이다. 성 내부는 유로 입장인데 굳이 성을 보지 않더라도 시 전체를 조망하기에 그만인 장소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고 미니 관광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시청 옆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고 모퉁이를 돌면 노란 기차 모양을 한 버스가 보인다.

베로니게로데성 투어 버스
가격: 편도 4유로/왕복 6유로
시간: 매 20분마다




베로니게로데성 입구에 도착하면
성벽을 따라 올라간다.

한 5분 정도 올라가면..

와~! 좋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곳곳에서 Toll! Schön!!  감탄사가 쏟아진다.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산을 병풍처럼 두른 자리에 붉은색으로 통일한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진정 마녀들이 모일만한 장소였겠구나싶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덕택에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이 마을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통 가옥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유다.



베로니게로데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카페.

자연을 벗 삼아~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진정 자연과 친구가 되어 본 순간이었다.

산들에 둘러쌓인 모습이 포근해보였다.

너는 좋겠다. 든든한 방패막이 있어서..


마녀 마을답게 마녀 기념품들이 정말 많았다.  독일에서 재밌는 기념품들이 가장 즐비했던 곳이다.

                                                                                                                                                                                                                                                                                                                                                                                                                           

"저는 겁이 많은 소녀랍니다.
그래서 어린애처럼 무서움만 타지요.
밤중이 되면 산속의 유령들이 심술궂은 장난을 하러 오지요."

 순간 아가씨는 입을 다물고 스스로  말에 겁이 나는지 조그만  손으로  눈을 살짝 가려버렸지.

"무서워하지 말렴, 귀여운 소녀여.
유령의  따윈 별게 아니야
낮이나 밤이나, 귀여운 소녀여 
하늘의 천사가  지켜 주지!"
-하이네의 하르츠 기행                                                                                                   


.

마녀마을이라해서 음산한 줄 알았는데 귀엽고 매력적인 꼬마 마녀 느낌이 더 강했던 곳. 공주가 아닌 “마녀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색 해피엔딩 동화책.
<베르니게로데> 부제: 마녀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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