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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l 04. 2018

새가슴을 만난 오픈카


이번 독일여행의 컨셉은 [AGAIN 2001]이다.

17년 전인 2001년 직장생활을 접고 떠났던 유럽배낭여행.

그때 들렀던 14개국 42개 도시 모든 곳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지만, 그 중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몇 군데를 코스로 잡았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자동차 렌트를 하여 하이델베르크 - 로텐부르크 - 퓌센 - 스위스 루체른을 거쳐 다시 슈투트가르트로 들어와

자동차를 반납하고 열차로 파리로 돌아간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맞은 편에 위치한 렌트카 업체 Sixt에서 한국에서 예약한 차량을 인도받았다.

렌트카 서류에 서명할 때는 늘 찝찝하다. 한글로 된 계약서도 깨알같은 문구를 다 읽어보질 못하는데,

하물며 영어로 된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도 모른 채 동의한다는 게 사실 얼마나 찝찝한가.

그런 찝찝함을 조금이나마 더는 방법은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렌트카 업체를 선택하여 브랜드 가치를 믿는 수 밖에 없다.



이번 여행에서 렌트카에 대해 무척이나 아쉬웠던 것.      

한국에서 렌트 신청시 차량모델은 BMW 530.
둘이 움직이는 거라 그리 큰 차는 필요없음에도, 오토기어와 GPS를 옵션에 넣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데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했는데, 정작 현지에서 우리에게 인도된 차량은 벤츠 C class 180.
계약서에 사정에 따라 동급 차량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했으니, 브랜드가 바뀔 순 있지만 그래도 배기량이나 스펙은 어느정도 비슷해야지.
하지만, 이의 제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탑승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주차의 편의성이나 연비를 감안하더라도 굳이 큰 차가 필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차를 인도할 때 KEY만 건네줄 뿐, 차에 탑재된 기능이나 계기 조작 등에 대한 어떠한 부연설명도 없다.

차종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변속기어나 주차 브레이크, 와이퍼 등 안전운행에 관한 사항도 본인이 알아서 깨우쳐야 한다.

그래도 함부르크보다는 난 게, 함부르크에서는 주차장소만 알려주고 알아서 차를 꺼내 가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영업점 앞까지 가져다 준다.


그렇게 차를 인도받아 급하게 운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계기만 이것저것 확인 점검하고 하이델베르크로 향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들른, 정식 휴게소가 아닌 우리 식으로는 졸음쉼터 화장실.

좌변기에 걸터앉는 덮개가 없다.

남자화장실이라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게 남녀공용이다.

여성의 경우 어쩌라는 건지.. 나올 수 있는 자세는 스쿼트 뿐인데..
플러싱을 손바닥 인지센서로 하는 것도 이채로운데,


또 하나,

하나의 설비로 물과 비누와 건조까지 다 해결하는 독일의 실용성이라니...



그보다, 화장실을 들렀다 나와 우리에게 타고 온 차를 보니 인도받았을 때는 인지하지 못 했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어~ 지붕 소재가 다르네..


그랬다. 주어진 차량은 카브리올레.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로망이기도 한 오픈카다.

당초 예약한 BMW 530보다 사이즈는 작지만, 기억에 남을 로드투어가 되라고 나름 많이 배려해준 거다. 

공기좋고 바람좋은 한적한 도로를 머리결을 날리며 오픈카로 질주하는, 영화나 CF에서나 가끔 보던, 그런 기분은 어떤 걸까.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뚜껑을 못 열어봤다.
렌트카 인도시 차량기능과 작동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해주지는 않지만, 각종 버튼을 보면 '이건가 보다'라는 감은 온다.

문제는, 어찌어찌하다 오픈은 됐는데, 이게 닫히지가 않으면 난감해진다는 것. 

혹시라도 고장일 경우, 원래부터 고장인지, 운행중 고장인지 여부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비라도 오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안 하는 게 낫겠다 싶다.


원래 바람 날리는 것과 소음을 싫어해 평소에 창문도 안 열고 다니는데 오픈은 무슨.. 하며 신경을 끊었지만,

특히 스위스에서 질주하는 오픈카들을 보며 뜬금없이 홍길동 생각이 났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나, 오픈카로 오픈을 못하는 나나..

이 이야기를 들은 아들이 그런다. "아빠 나이 드셨네..."

아내가 맞장구 친다. "맞아~ 아빠처럼 호기심 많은 사람이 끝까지 안 열기에 나도 놀랐다. 예전같았으면 무조건 열었을텐데.."

나이들면 새가슴이 된다는네, 정말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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