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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l 20. 2018

정성이 감동을 준 Hotel Goldenes Fass


하이델베르크는 우리를 비로 배웅한다. 아침부터 비가 아주 제대로 온다.      

파리에서 추적추적 오는 비는 거의 매일 봤지만, 이렇게 대차게 오는 비는 이번에 유럽에 들어온 이후 처음이다.

묵었던 Acor Hotel 옆 공영주차장의 2박 주차요금은 18유로. 주차요금은 예상보다 싸다.


네비게이션에 다음 목적지 로텐부르크 Hotel Goldenes Fass를 목적지로 입력하고 이동하는데,
우천으로 인해 위성과의 통신불량으로 인한 GPS의 오류인지, 차량 네비게이션 품질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네비는 가도가도 남은 거리가 줄어들 생각을 안하다가 어느 순간 확 줄어든다.


네비를 믿는다는 전제하에, 네비 화면 한 구석에 도로에 따른 제한속도가 뜨는데, 이게 안 뜨는 구간은 무제한이다.
무한질주의 아이콘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  정말 겁나게들 달린다.
같이 한번 달려보고 싶어도 지리를 몰라 수시로 네비를 들여다봐야 하니 신경이 쓰여 따라가길 포기할 수 밖에.


그렇게 두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Hotel Goldenes Fass.

체크인 시간 1시간 전임에도 바로 방을 내준다.

오너이신 듯한 리셉션의 할머니가 나처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을 많이 봤는지 또박또박 찬찬히 설명을 해주는데 얼마나 이해가 잘 되던지...

시티맵을 찾으며 "Language is ..." 하길래 별 큰 기대없이 "Korean~" 이라고 하니, 한글 안내도가 있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 마디, "Rothenburg is international city."


2박3일을 보낸 Goldenes Fass는 우리같은 장기여행자들에겐 가성비는 물론, 종합적으로 최고의 숙소다.

일단, 방이 청결하고 넓은데다 소파까지 구비되어 있다.
주차장은 무료에 주차면적도 넓고 건물 후문과 접해 있어 짐의 이동과 적재가 편리하다. (아.. 물론 우천시에는 예외다)

게다가, 관광의 중심인 古城까지 도보로 불과 10분 정도로 가까워 운동삼아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城內처럼 인근에 식당이나 카페는 없지만, 맞은 편에 24시간 편의점과 Subway가 있어 오히려 야간에도 불편함이 없다.


1층 리셉션 오른쪽의 독립된 공간은 필요한 음료를 셀프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

온수가 필요한 경우 가져가면 된다.

쇼케이스의 맥주 등을 이용할 경우 옆에 비치된 bill지에 self-check하여 리셉션에 제출.

자신들을 찾아준 고객에 대한 신뢰라고 할까. 


무엇보다, Hotel Goldenes Fass의 가장 큰 매력은 4.5유로의 조식.

금액을 다시 한번 확인할 정도로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내용이 궁금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오너 할머니의 인상에서 크게 실망감을 줄 거같진 않았는데,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 자리에 앉자 (커피머신을 이용한 셀프커피가 아닌) 커피포트를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부터 정성스런 아침이 제공된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식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빵과 치즈, 햄과 야채, 과일, 각종 음료수 등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삶은 달걀에 그린 그림에서 고객의 즐거운 아침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표정 고르는데 고민이 많았다는..^^)


결코 넓지 않은 로비 리셉션에서도 고객을 맞는 진심어린 정성이 담겨있다.

리셉션 옆에는 간단한 기념품을 판매하는데, 판매가격에 또 한번 놀랐다.

로텐부르크의 명소 사진이 담긴 기념카드 가격이 城內 기념품점의 50% 정도다.

호텔에서 판매하는 물품가격이 일반점포에 비해 비싸면 비쌌지 결코 싸지 않은 게 일반적인데,

기념품점의 거의 절반 수준인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작은 영리보다 고객에게 편안하고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이,

첫 인상에서 내가 받았던 기품있는 오너 할머니의 기본 경영 마인드인가 보다.

이런 모든 것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마음으로 읽혀질 정도로,

노년의 주인 할머니를 비롯한 직원들의 친절하고 정중한 매너를 잊지 못한다.


호텔 뒷 모습.

전면부가 객실이고, 오른쪽이 주인의 공간인 듯.

왼쪽으로 주차장이 이어진다.


아.. 그러고보니 하이델베르크 Acor Hote에서도 낮에 할머니들이 리셉션 창구를 지키던데, 우리나라라면 호텔 창구에 노인을 앉히겠나.

경제력 만이 아니라 의식이 수반되야 선진국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전히 그치지 않는 비.

그렇다고 방에만 있을 순 없으니 슬슬 城內로 향하는데, 비에 바람까지 심해 춥다. 얇은 패딩 가져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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