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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30. 2023

암스테르담의 발, 자전거


2001년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22년 만에 암스테르담을 둘러보며 새삼 놀란 건 자전거 문화다.

도심 곳곳에 자전거 군집이 눈에 띄는 이 도시는 자전거 운행이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다. 도심에서도 자전거가 일상적인 개인 교통수단이며 그만큼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역설적으로 자동차 주차 인프라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으나, 주차 문제는 딱히 이곳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니 시비 걸 사안은 아니다.


한국의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는 대개 인도와 함께 있다. 차도와 단차가 둔 인도에 선을 긋고 색으로 구분하여 자전거 도로와 보도를 구분한다. 인도를 나누어 쓰다 보니 폭도 좁다. 자전거 도로라기 보다 다소 생색용인데 비해, 암스테르담은 인도와 확연하게 구분된 말 그대로 자전거 전용도로다.

인도와 단차를 두어 자전거 전용도로 구분을 좀더 명확히 하고 폭도 인도보다 넓다.


아울러, 자전거 도로가 한국과 같이 형식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게 자전거 전용신호등이다. 자전거 도로마다 차량이나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과 별개의 자전거용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 자전거를 기본으로 유모차의 기능을 갖춘 자전거에 간단한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화물용 자전거 등 용도에 따라 생김새와 구조가 다양하다.

유모차 기능 자전거의 경우, 앞에 아이를 태운 긴 몸체의 두 바퀴 자전거 회전시 핸들을 꺾는 포인트와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아주 쉽게 잘들 타고 다닌다. 한번 타보고 싶은 호기심이 든다.


프랑스와 같이 네덜란드도 우리의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 공유제도가 있다.

프랑스의 공유 자전거 색상이 밝은 카키인데 반해 네덜란드의 공유 자전거는 블랙이다.


자전거가 편해

자전거가 대중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환경 조건이 필요하다.


- 일상생활권의 지면 표고차가 크지 않아야 한다. 도심 도로의 경사가 심하면 체력적 한계로 생활 도구로 일상화가 어렵다.

기어가 장착되지 않은 일반 자전거는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서울의 강남역에서 역삼역까지의 경사도로를 일반 자전거로 넘어갈 수 있는 각력(脚力)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암스테르담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자전거 운행이 가능한 이유는 도심 전역이 거의 평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지간한 거리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오히려 편하다.


- 자전거 이용자가 보호받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차도 인도와 확연히 구분되는 전용도로와 전용신호등 등이 그런 것들이다. 팩트는 모르지만, 이 도시에서는 자전거 보호가 차량은 물론 보행자에 비해서도 우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담이지만, 암스테르담에 동행한 딸이 이곳에 거주중인 MBA 동기부부와 연락이 되어 우리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취소됐는데, 취소 이유가 비가 많이 와 자전거를 타고 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 관점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 않냐'며 핑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도시인들의 일상에 자전거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단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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