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의 소개를 보고 '어떤 엘리배이터이길래 찾아다니며 탈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찾아 다닐 필요가 없었다. 찾아 다닐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위치가 그렇다는 얘기다.
리스본에 고층 건물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고, 산비탈 근처에 있는 전망 엘리베이터라 생각하여 굳이 갈 생각이 없었지만, 이게 중심 한복판, 그것도 골목 어귀에 있을 줄 몰랐다. 게다가, 숙소를 잘 잡은 덕에 숙소를 나서면 바로 눈 앞이다.
포르투갈 도착 첫날 저녁 식사 후 골목을 나서니 야경이라 더욱 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로봇 느낌이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15층 높이라지만, 주위 건물과 비교해봐도 15층 높이는 아닌 거 같은데, 높이를 떠나 1927년에 건물의 부속설비가 아닌 엘리베이터만을 야외에 만들 생각을 한 창의와, 90년 넘게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관리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9시 반에 벌써 엘리베이터를 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단 위로 줄을 서있다. 맨 위 전망대 수용인원 관계로 엘리베이터는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탑승 정원과 운행 간격으로 인해 티켓 구매를 위한 관광객 대열이 늘 저렇게 계단 너머 카르모 거리까지 장사진을 이룬다. 리스보아 카드 소지자는 티켓 구매를 하지 않아도 되어 우리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내부
얼추 100년 가까이 전에 설계된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넓어 또 한번 놀란다. 당시 리스본 인구가 얼마였는지 모르지만, 안목이 놀랍다. 올라가는 시간도 생각보다 짧아 또 놀라고..
중간 유리창 부분이 엘리베이터의 끝이다. 여기서 그 위에 보이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전망대로 오를 수 있는데, 나선형 계단은 폭이 좁아 일방통행이다. 왼쪽이 오르는 계단, 오른쪽이 내려가는 계단이다.
전망대는 별도의 요금을 받는다. 엘리베이터와 전망대를 모두 이용하려면 5유로. 이게 리스보아 카드 소지자는 무료다.
엘리베이터 옥상에 해당되는 전망대의 모습.
동쪽으로 산 정상의 상 조르주 城이 보이고, 그 왼쪽이 그라사 성당.
남쪽으로는 테주 강과, 왼쪽으로 코메르시우 광장의 랜드마크인 아우구스타 아치가 보인다.
롯데월드와는 전혀 비교가 안되는 높이에서 리스본 시가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유럽 대다수의 고도(古都)가 그렇듯 시내 고층 건물이 없어 가능한 것. 서울이라면 저 정도 높이에서 보이는 건 사방 건물이나 아파트겠지 싶으니, 정말 서울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카르모 거리를 가로 지르는 공중 연결통로가 카르모 수녀원 쪽으로 이어진다.
연결통로 끝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타임을 즐기고 오른쪽 카르모 수녀원을 둘러 볼 수 있다.
리스본의 패션 타운인 카르모 거리에서 올려다 본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와 카르모 수녀원 연결 통로.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를 모르는 사람은 저게 뭔가 하겠지.
리스본 다운타운은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앞 도로와 뒷 도로의 고도 편차가 크다.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전망대 관람 후 후면의 뒷 도로로 나가기도 하고, 반대로 뒷 도로에서 진입하여 전망대 관람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앞 도로로 내려갈 수도 있다.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는 파리 에펠탑 설계자인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 작품이라 한다.
이런 철 구조물 작품이 당시 건축가의 로망이었나 본데, 재료비가 엄청날테니 본인이 하고 싶어도 엄청난 비용 투자가 가능한 의뢰인이 없으면 가능하겠나. 그런 의미에서 제자까지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건 구스타프 에펠이 당대 명망있는 이 분야 전문가였던 듯하다.